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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이야기

by romainefabula 2017. 6. 28.


작년부터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져서 소설 2편을 쓰면서 욕망을 분출하고 보니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어떨지 몰라도 스스로 읽어 보면 재미가 실력을 떠나서 그냥 내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게 신기하긴 합니다) 이것저것 쓰고 싶은 거리가 자꾸 생각나서 뭘 먼저 써야 할지 고민입니다.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자꾸 새로운 소설 소재가 떠올라 메모해 두기도 하지만, 파인더를 쓰면서 꼭 쓰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요리 이야기입니다.

요리를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어떤 블로그에서 미역국을 끓이는 친절한 설명을 보고 직접 실행해 보면서 요리에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TV로 백종원씨를 보면서 요리에도 어느 정도 원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웬만한 요리들은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하면 꽤 괜찮은 맛이 나는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책이나 TV에 나오는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해 보지만 그 맛이 잘 나지 않고 응용은 꿈도 못 꾸는 분들을 위해 공대 출신이 여러 가지 요리 실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도 백종원씨처럼 요리의 원리나 꼼수를 알려 드리면서 설명하겠지만, 저는 좀 착한 요리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MSG를 먹으면 몸에 반응이 오기 때문에 MSG가 들어간 재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가 만든 요리는 제가 먹어야 하니까 당연히 그렇겠죠. 그리고, 백종원씨는 자극적인 맛을 내기 위해 태우거나 굽거나 튀기는 요리를 많이 하는데, 이러면 발암물질이 생긴다고 해서 이런 요리도 배제하려고 합니다. 예전 TV에 나왔던 착한식당 수준의 요리까지는 아니고 꽤 착한 요리나 나름 착한 요리 정도의 수준까지는 되려고 합니다. 


첫번째 주제로 삼은 것이 간입니다. 여기서 간은 짠맛, 단맛, 매운맛 등을 나타내는 그 단어입니다.

음식의 간이라는 것은 축구로 말하면 골과 같습니다. 축구에서 아무리 패스를 잘 하고 드리블을 잘 해서 상대 골문 앞까지 갔더라도 슛을 했는데 공이 골대 밖으로 날아가 버리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90분 내내 밀렸어도 운좋게 한 골을 넣으면 경기에서 이깁니다. 음식에서 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적절한 크기로 잘라 적당한 시간동안 익혔더라도 싱겁거나 너무 짜면 맛 없는 음식이 됩니다. 하지만, 별로 좋지 않은 재료로 잘못 익혀서 씹는 맛이 별로라도 간이 맞으면 그래도 먹을 만한 음식이 됩니다. 이런 경우에 간은 죽어가는 음식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되겠죠.

물론 어떤 분들은 간 못 맞추겠다고 라면스프를 넣는 경우가 많은데, 라면스프라는 것이 김치찌개나 부대찌개 같은 빨간 국물 찌개에나 통하지 맑은 국물이나 무침에까지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미원이나 다시다 같은 MSG를 쓰더라도 기본적으로 짠맛이나 단맛 등이 받쳐 줘야 맛이 증폭되는 것이지 MSG 하나만으로만 간을 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어 보시면서 연습을 하다 보면 여러분도 음식을 완전히 못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음식의 간에 대한 필요성이 이해되셨을 테니까(꼭 설득되셨어야 합니다), 이제부터 간에 대해서 한 가지씩 알아 보겠습니다.


레시피대로 요리했는데 왜 간이 안 맞을까?

1. 레시피를 만든 사람과 당신이 사용하는 요리재료가 똑같지 않아서입니다.

간장,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소금 등이 한 회사에서 한 가지 제품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제품마다 맛이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똑같은 양을 넣어도 맛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2. 레시피를 만든 사람과 당신의 입맛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레시피를 만든 사람은 싱거운 걸 좋아하는데 당신은 짠 음식을 좋아한다면, 레시피대로 하면 음식이 싱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3. 사용하는 렌지의 화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렌지의 화력에 따라 레시피에 나온 시간만큼 정확히 끓였는데 덜 익거나 더 익을 수 있습니다.

4. 사용하는 재료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레시피에 감자 1개, 당근 반개, 양파 반개라고 나오는데, 이런 재료들의 1개라는 게 규격화 될 수 없는 것이라 똑같은 반개, 한개라도 크기가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재료들의 크기에 따라 음식이 짜거나 싱거워질 수 있습니다.

5. 재료의 계량을 정확히 하셨나요?

요즘 백종원씨 때문에 레시피 계량할 때 밥숟가락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것이 말을 쉽지만 참 애매한 계량법입니다. 밥숟가락으로 하나라는 게 깎아서인지 수북하게 쌓아서인지가 헷갈립니다. 수북하게 하나라는 것도 재료에 따라 설탕 같은 것은 흘러내리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다진마늘로 하면 거의 탑처럼 쌓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계량스푼 정도는 하나 사서(비싸지 않아요) 무조건 평평하게 깎아서 하나로 세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간장 같은 액체의 경우 계량스푼에 부으면서 흐르게 하면서 대충 부으면 정량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서 짜게 됩니다. 계량스푼에 정확한 양만큼 부으면 바로 멈춘 후에 계량스푼을 모두 따라 낸 다음 다시 붓기 시작해야 합니다.


간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

결국은 요리하는 사람이 계속 간을 보면서 적당한 맛이 날 때까지 재료를 조금씩 넣어 줘야 합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라고 화내지 마시고 설명을 읽어 보세요.

1. 요리 초보들이 간을 맞추면서 흔히 하는 실수

요리를 처음 하는 분들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레시피대로 재료를 차례대로 집어 넣고 다 익지도 않은 상태에서 맛을 봅니다. 이때는 당연히 맛이 없겠지요. 그런데, 더 기다리지 못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자신의 혀에 익숙한 맛을 투입합니다. MSG입니다. 이걸 넣으니 익숙한 맛이 납니다. 그냥 불 끄고 먹습니다.

요리의 간을 볼 때는 재료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합니다. 김치는 줄기의 흰색이 사라지고 투명해져야 하고, 야채는 속까지 익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수분을 내놓고 간을 빨아 들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고기를 넣었다면 육즙과 육향과 기름을 내놓고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합니다. 이런 재료가 갖고 있는 본연의 맛이 다 우러나서 조화를 이룬 다음에 간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처음엔 누구나 요리하면서 간을 보면 짠 건지 싱거운 건지 잘 모릅니다. 뜨거우니 더 맛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작은 종지에 덜어서 후후 불어서 식힌 후에 간을 보세요. 간을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계속 메워 가면서 맛의 조화를 찾아 보세요. 실패하면 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자신있게 시도해 보세요. 처음부터 간을 잘 맞추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간을 척척 맞출 줄 아는 사람이면 벌써 쉐프가 되었어야지 이런 블로그 글을 보면서 요리하지 않겠지요. 

2. 간의 중심은 거의 언제나 짠맛

거의 모든 음식에서 간의 중심은 짠맛입니다. 소금이나 간장이 중심이죠. (저는 상황에 따라 해산물가루도 같이 사용합니다.) 간을 맞출 때 허전하다는 느낌이 나면 먼저 소금을 넣어 보세요. (국물 요리에서 짠맛이 느껴지려면 생각보다 많은 소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소금의 맛이 느껴지고 맛이 좋아졌다는 걸 느끼게 되면 적당한 맛이 날 때까지 소금을 조금씩 추가해 보세요. (보통 서너번 조금씩 넣다가 귀찮아서 왕창 넣게 되는데, 이때 왕창 짜게 되죠)

저는 예전에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맛을 보니까 매운맛과 단맛(양파를 넣어서)만 나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간장을 넣으니 매운맛과 짠맛과 단맛이 균형을 이루면서 간이 딱 맞았습니다. 대부분의 음식이 짠맛을 취향대로 맞추고 매운맛이나 단맛이 필요할 때 짠맛과 조화를 이룰만큼 넣어주면 간이 맞습니다.

3. 만들고 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 때를 상상하라

누구나 먹어 보지도 않은 음식을 요리하진 않죠. 언젠가 먹어 봤으니까 그 맛을 느끼고 싶어서 요리를 하는 거죠. 요리할 때 예전에 이 음식을 맛있게 먹었을 때는 상상해 보세요. 간을 보면서 예전에 먹었을 때는 이런 맛이 났었는데 뭘 넣으면 그런 맛이 날까 생각하면서 간을 맞추세요. 상상한 맛을 자신이 내게 되었을 때 요리의 희열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일단 음식의 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보았고, 다음에는 요리를 못 하는 사람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요리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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