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파인더

33

by romainefabula 2017. 6. 4.

터널 안의 감시카메라의 영상으로 김비서관과 그와 함께 온 사람들을 지켜 보던 이교수는 위험을 직감했다. 아무것도 안 보이면 진작에 그냥 지나갔을 텐데 안을 자세히 둘러 보는 것이 밖은 충분히 살펴 보았고 마지막 의심이 가는 곳을 터널로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결심이 선 듯 이교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모두 1분 안에 가장 필요한 것만 간단히 챙겨서 여기로 모여요. 화순이는 방에 가서 아주머니 모시고 나오고."

블랙라이더는 특별히 챙길 것이 없어서 바로 아주머니방으로 향했고, 앤더슨은 자기방으로 가서 처음 이 곳에 올 때 가져 왔던 가방을 챙겨서 나왔다. 이교수는 벽장의 문을 열고 거기서 자동차 스마트키와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리모콘 하나를 꺼내서 주머니에 넣었다. 모두 모였을 때 모니터에 김비서관과 일당이 차고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교수는 즉시 출발하자고 이야기했고, 앤더슨이 처음 왔을 때 들어왔던 문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앞에서 스위치를 누르자 문이 열렸고 앞에 앤더슨이 타고 온 미니쿠퍼S가 있었다. 문을 얼른 다시 닫은 후에 블랙라이더가 얼른 그 옆으로 가서 자동차 모양의 물체의 덮개를 벗기자 벤츠 G65 AMG가 나타났다. 이교수가 스마트키를 건네자 블랙라이더가 자동차문을 열었고 본인은 운전석에, 앤더슨은 조수석에, 이교수와 아주머니는 뒷좌석에 탔다. 블랙라이더가 시동을 걸고 액셀페달을 깊게 밟자 자동차는 부앙 소리를 내며 앞으로 튕겨 나갔고, 그대로 앞으로 돌진해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갔다.

차는 언덕 아랫쪽으로 내달렸고 그때 뒷좌석에 앉아 있던 이교수가 주머니에 있던 리모콘을 꺼내서 안전장치를 풀고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뒷쪽에서 콰과광 하는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났다. 앤더슨이 놀라 뒤를 보자 방금 전에 나왔던 곳으로부터 폭발로 인해 떨어진 문이 날아 오고 있었다.

"저 집을 다 폭파하신 거예요?" 앤더슨이 물었다.
"증거를 남겨 놓아서도 안 되겠고, 저들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이 방법 밖에 없어요." 많은 공을 들여 만든 곳인데 모두 부서지게 되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어 안타까운 심정인 이교수가 감정을 억누르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화순아, 예전에 준비해 놨던 그 집으로 가자." 이교수가 이야기하자 블랙라이더가 "예" 하고 대답했고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집안 전체가 폭발로 난장판이 되어 안에 있던 요원들은 모두 죽었다. 하지만, 회의실에 있던 김비서관은 수색상황을 알아 보려는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느라 차고쪽으로 갔다가 혼자만 목숨을 건졌다. 살아 남긴 했지만 폭발의 충격으로 몸이 날아가 자동차에 부딪히며 오른쪽 정강이뼈가 골절되어 차를 타고 추격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옆에 떨어진 전화기를 주워 들고 비서실장에게 현재 상태를 얘기한 후에 벌렁 누웠다. 잠시 후에 119 구급차가 요란한 싸이렌 소리를 내며 도착했고 김비서관을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새로운 안가에 도착한 자동차는 차고 안으로 들어가서 차고문을 바로 닫았다. 모두 내린 후에 차고 안쪽 통로를 통해 집안으로 들어갔다. 모두 거실 소파에 한동안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후에 이교수가 정신을 차린 듯 허리를 세워 앉으며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위험해서 아주머니는 이제 함께 계시면 안 되겠어요. 화순아 니가 아주머니는 댁으로 모셔다 드리고 와라."
그러자,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없으면 식사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걱정 마세요."
"제가 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아주머니만큼 잘 하지는 못 해도 저도 자취하면서 음식 많이 만들어 먹어서 굶지는 않을 거예요."하고 앤더슨이 거들었다.
"예. 아주머니 댁에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교수가 다시 한 번 간곡히 이야기했다.
아주머니도 갈 수 밖에 없는 분위기인 걸 알았는지, "나 혼자만 떠나서 어쩐대. 그럼 다들 몸 조심하고 일 잘 마무리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 보러 와야 돼."하고 대답했다.

이교수와 앤더슨은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눴고, 블랙라이더는 아주머니와 차고로 가서 어딜 가도 전혀 눈에 띄지 않을 회색 아반떼를 타고 아주머니의 집으로 향했다.

긴장이 풀리자 허기가 몰려 온 이교수와 앤더슨이 부엌 찬장을 열심히 뒤져 보았지만 라면 외에 먹을 만한 것을 찾지 못 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블랙라이더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겠다고 판단한 두 사람은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렌지에 끓이기 시작했다. 물이 끓어 면과 스프를 넣자 블랙라이더가 도착했다. 불안한 상황이라서 그런지 블랙라이더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뻤고, 거기에 그의 손에 아주머니가 주신 여러 가지 음식재료를 담은 봉지가 들려 있어서 더욱 기뻤다.

앤더슨이 얼른 봉지를 받아서 안을 들여다 보니 쌀, 김치에 된장, 간장, 소금 등 조미료와 감자, 당근, 고구마 등 야채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그 중에 계란을 보자 얼른 꺼내서 라면에 넣었다. 라면이 잘 익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각자 그릇에 나눠 담고 아주머니가 준 살짝 신 새콤한 김치와 함께 후루룩 소리를 내며 뚝딱 먹어 치웠다.

식사를 마친 후에 세 명은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고 바로 거실에 다시 모였다. 하지만, 모두 표정이 굳어 있었다. 잘 갖춰져 있던 집을 날려 버리는 바람에 작업에 사용할 장비들도 모두 사라진 상태였고,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자료들까지 함께 날아가 버린 것이다. 무거운 표정으로 이교수가 먼저 입을 뗐다.

"일이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놈들이 거기까지 찾아 올 줄은 몰랐었네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는데, 이젠 장비하고 자료가 없어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포기해야 될 것 같은데 지금까지 한 것들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갈까 봐 분하네요.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이때 앤더슨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다. "교수님, 혹시 여기 인터넷 쓸 수 있나요?"
"당연하지. 내가 저번에 이 집 구할 때 인터넷 다 설치해 놨지. 무선공유기 있으니까 Wi-Fi도 될 거야." 블랙라이더가 얼른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됐네요. 하던 일 계속 할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앤더슨은 자신이 가져 온 가방에서 맥북에어를 꺼냈다.

이교수와 블랙라이더는 뭘 계속 한다는 건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앤더슨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지켜 보고 있었다.


'이야기 > 파인더'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  (0) 2017.06.11
32  (0) 2017.05.27
31  (0) 2017.05.21
30  (0) 2017.05.07
29  (0) 2017.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