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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2023.11.13] LG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

by romainefabula 2023. 11. 15.

때는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아버지가 MBC 청룡 야구모자를 사다 주셨다. 나는 그날부터 MBC 청룡의 팬이 되었다. 그러다가 MBC 청룡이 LG 트윈스가 되었다. 나는 당연히 LG 트윈스 팬이 되었다.

내 기억에 정확히 남아 있진 않지만 아주 오래전에 LG 트윈스가 우승했던 것 같다. 29년 전이니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더 이상할 것 같다. 그 후 2000년 이후는 어느 정도 흐름이 기억난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마해영의 홈런을 맞고 졌다. 이건 기억이 난다.

그다음에는 하위권에서 머물렀다. 그러면서 하위권 팀을 상징하는 엘롯기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왜 엘이 제일 앞에 있지? 누가 만들었는지 기분 나쁘다.) 유명한 감독들을 모셔 와도 백약이 무효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 투수력이 강력해지면서 중위권에 들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기서 앞으로 못 나아가고 포스트시즌만 가면 힘을 못 쓰고 졌다. 한국시리즈도 진출해 보질 못 했다.

그런데, 2023년은 뭔가 달랐다. 정규시즌 내내 미친 듯이 잘했다. 올해는 진짜 뭔가 다른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생중계를 보면 잘하다가도 나중에 막 점수를 주기 시작해서 역전을 당했다. 몇 번 그런 일을 겪은 후에 LG 트윈스 중계를 안 보게 되었다. 정규시즌에서 그렇게 1위로 앞서 가도 끝까지 중계를 안 봤다. 포스트시즌도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는 봐도 한국시리즈는 안 봤다. 어떻게 되는지 엄청나게 궁금하지만 꾹 참았다. 오직 LG 트윈스의 우승을 위해서. 올해 LG 트윈스 우승 적어도 10%는 내덕이라고 본다.

한국시리즈에서 나 때문에 한 번의 위기가 있었다. 3차전 때 경기 끝나고 치킨을 먹으려고 치킨집에 포장하러 갔는데, 가게 안에 LG 트윈스 유니폼이 걸려 있고 TV에서 한국시리즈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안 보려고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너무 궁금해서 슬쩍 봤다. 고우석이 마운드에 있었고 투 스트라이크에서 내가 TV를 보자마자 볼을 던졌다. 창밖을 보다가 TV를 봤더니 사사구가 나왔다. 마침 포장주문한 치킨이 나와서 얼른 받아 들고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집에 도착하니 경기가 끝나 있었다. 휴~ 나 때문에 LG 트윈스가 3차전에서 질 뻔했다.

5차전도 나는 경기가 끝나고 1시간 정도 지난 후에 이 정도 되면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네이버에 들어가서 이겼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하이라이트로 봤다. 하이라이트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울컥하더니 눈물이 났다. 올해 정규시즌의 LG 트윈스 기세로 보나,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의 분위기상 우승할 분위기였는데도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이유를 생각해 보다가 어느 정도 타당한 이유가 떠올랐다.

위에서 얘기했던 LG 트윈스의 암흑기를 포함해서 포스트시즌에서 힘을 못 쓰고 계속 지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LG 트윈스는 이제 우승을 못 하는 것인가? 아무리 우승경험이 있는 감독과 FA선수들을 데려다 놔도 안 되는 걸 보면 진짜 불가능한 걸 바라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래서, 정규시즌도 그렇고 한국시리즈도 그렇고 마지막까지 중계를 안 봤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 뒤집힐까 봐.

오랫동안 LG 트윈스의 우승을 열망했던 모든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내년에도 우승하면 좋겠다.

내년부턴 야구중계 봐야겠다. 우승 한 번 했으니까. 아무튼 계속 중계를 끝까지 여러 번 보다 보면 매번 지게 되지 않을 테니까. 확률상 10연패 이런 건 아주 어려운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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