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맥북에어의 전원을 켜고 Wi-Fi를 검색하니 무선공유기 하나가 잡혔다. 이것을 선택해서 접속하려고 하자 비밀번호가 필요했다."형, 이거 공유기 비밀번호가 뭐예요?" 앤더슨이 블랙라이더에게 물었다. "어, tpdnjfgh" 블랙라이더가 대답했다.앤더슨은 무선공유기에 접속한 후 빠르게 프로그램을 띄우고 이것저것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랙했다. 잠시후 파일을 열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앤더슨은 나머지 두 사람의 놀란 표정을 기대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이교수와 블랙라이더는 그 목소리가 김호준비서관의 것이라고 금방 알아 차리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앤더슨을 쳐다보았다."이거 챙겨 올 시간이 있었나? 지난번에 도망 나오면서 폭파하는 바람에 같이 사라진 줄 알고 이게 어디 있었던 거냐?" 블.. 2017. 6. 11. 33 터널 안의 감시카메라의 영상으로 김비서관과 그와 함께 온 사람들을 지켜 보던 이교수는 위험을 직감했다. 아무것도 안 보이면 진작에 그냥 지나갔을 텐데 안을 자세히 둘러 보는 것이 밖은 충분히 살펴 보았고 마지막 의심이 가는 곳을 터널로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결심이 선 듯 이교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모두 1분 안에 가장 필요한 것만 간단히 챙겨서 여기로 모여요. 화순이는 방에 가서 아주머니 모시고 나오고."블랙라이더는 특별히 챙길 것이 없어서 바로 아주머니방으로 향했고, 앤더슨은 자기방으로 가서 처음 이 곳에 올 때 가져 왔던 가방을 챙겨서 나왔다. 이교수는 벽장의 문을 열고 거기서 자동차 스마트키와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리모콘 하나를 꺼내서 주머니에 넣었다. 모두 모였을 때 모니터에 김비서관과.. 2017. 6. 4. 32 무기도입비리 뉴스 후에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렸다. 예전부터 무기도입할 때는 으레 비리가 있어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무기도입과 비리는 거의 동의어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액수의 비리의 계약서까지 공개되니 어딜 가나 몇 명만 모이면 무기도입비리에 관한 대화가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다들 그돈이면 늙어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 있고, 대대손손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다는 넋두리도 자주 했다.그런데, 며칠이 지나다 보니 언론에서 이 비리에 관해서 언급하는 횟수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검찰도 공개된 계약서나 사진 등이 위조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국회에서도 특검을 실시하는 문제에 대해 누구를 특별검사로 임명할지와 기간을 언제까지로 할지에 .. 2017. 5. 27. 31 휴식 후에 세 명은 다시 회의실에 모였다. 조금 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다시 전투모드로 돌입했다. 모두 자리에 앉자 이교수는 앤더슨에게 이야기했다."앤더슨, 지난번에 조사한 내용을 언론에 터뜨릴 때 어떻게 했었죠?" "어떤 케이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요." "아, 그 뭐였더라.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기억력이 떨어지네요." "모든 언론사에 다 뿌릴 때도 있었고, 신뢰가 가는 한 곳에만 보낸 적도 있습니다." "이번 경우는 몇 군데만 보냈다가 데스크에서 킬해 버려서 세상에 나오지도 못 하고 묻혀 버리고 운 나쁘면 거기서 추적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이번에는 모든 언론사에 뿌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교수님, 그럼 지금 바로 뿌릴까요?" "그래요. 일단 뿌려 놓고 반응.. 2017. 5. 21. 30 앤더슨은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회의실에 있는 컴퓨터로 복사하고 만약에 대비해 외부에 있는 서버에도 복사했다. 그리고 회의실 벽에 붙어 있는 대형모니터에 영상을 출력되도록 한 후에 영상을 실행했다. 드론이 출발해 담장 위에 멈춰서 있는 동안 김비서관과 스티브정이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이때 이교수는 "잠깐 멈춰 보세요."라고 했다. 앤더슨은 재빨리 영상 재생을 멈췄다."저 사람들이 김비서관과 스티브정인가요?" 교수가 물었다. "예. 왼쪽이 김비서관인 것 같고 오른쪽이 스티브정인 것 같습니다." 블랙라이더가 대답했다. "앤더슨 이 화면 좀 캡쳐해 주세요." 교수가 얘기하자, 앤더슨은 화면을 캡쳐한 후 파일을 저장했다. "자, 계속 볼까요?" 교수가 얘기했다. 앤더슨은 화면을 이어서 재생시켰다.화면.. 2017. 5. 7. 29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블랙라이더와 앤더슨은 나란히 앉아 앞에 있는 길로 언제 차가 지나갈지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진 않았었지만 막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자니 시간이 슬로우비디오처럼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한참이 지난 것 같은 데도 차가 보이질 않아서 시계를 보면 겨우 2~3분이 지나 있었고, 그런 일을 몇 번 반복하다가 스스로 너무 조바심을 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번엔 정말 오래 참고 참다가 시계를 봐도 불과 5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앤더슨이 기다리다 지쳐서 블랙라이더에게 조용히 이야기를 꺼냈다."형, 진짜 시간 안 가네요. 언제 오는 거죠?" "야, 조용"이라고 조용하게 외치며 블랙라이더가 급하게 오른손 검지.. 2017. 4. 8. 28 3명 모두 회의실에 앉자 앤더슨이 먼저 입을 뗐다."아주머니 굉장하시네요. 요리도 잘 하시고 강심장이시네요. 겉으로 보기엔 그냥 옆집 사는 아주머니 같은데." "아주머니가 젊었을 때는 도시에서 살면서 연극배우도 하고 완전히 도시여자였다 아이가. 근데 아저씨하고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여기로 따라 내려 오면서 저렇게 사시는 거지. 너는 아직 한 번도 못 들었지만 교수님하고 나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너도 이제 자주 듣게 될 거다." "어쩐지 보통 시골 아주머니하고 느낌이 다르다 했어요." 그때 이교수가 말을 시작했다."쟤들이 우리 턱밑까지 왔다 갔으니 우리도 뭔가 일을 시작해야겠죠? 화순아, 앤더슨이 김비서관 핸드폰에서 꺼내 온 음성녹음파일 좀 틀어 봐." 블랙라이더가 컴퓨터를 켜자 화면이 벽면에 붙.. 2017. 1. 8. 27 앤더슨을 놓쳤다는 소식을 들은 김비서관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컴퓨터쟁이 회사원 하나를 못 잡았다고? 너희들 밥 먹고 맨날 하는 짓이 그건데,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해?" "죄송합니다. 저희 차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또 차 핑계야? 전국에 CCTV 쫙 깔려 있는데 그건 뒀다 뭐 하게?" "그놈이 CCTV 없는 산속으로 들어가 버려서..." "마지막으로 CCTV에 잡힌 곳이 어딘데? 그 주위 싹 뒤져. 그리고, 차량번호 알잖아. 주변에 버려진 차나 혹시 또 움직일지 모르니까 CCTV 계속 감시하고 있어."이때 김비서관의 전화에서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를 확인하자 놀란 눈으로 방 밖으로 나가서 복도 구석에서 전화를 받았다. 김비서관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했고 전화기에서 흘러나.. 2016. 12. 31. 26 "혹시 나에 관해서 들은 이야기가 있나요?" "아니요. 저도 정신없이 쫓기다가 방금 여기에 와서 무슨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당황스럽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좋을까요? 음, 우선 이번에 휴대폰 해킹은 내가 의뢰했던 거예요. 그리고, 지난번에 온성제약 건도 제가 의뢰했던 거고요." "두 가지 일에 무슨 연관이 있으신데 저에게 사건을 의뢰하셨던 건가요?" "엄밀히 말하면 두 가지 모두 나하고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요." "직접적으로 관련도 없는 일인데 그렇게 많은 돈을 주신 거예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이나고 있는 일이고, 나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니까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돈의 가치라는 것이 상대적인 거라서 똑같은 액수의 돈도 어떤 사.. 2016. 12. 24. 25 앤더슨의 차는 골목을 빠져 나와 큰 도로로 들어섰다. 차를 운전하면서 어디로 가야 따라오는 차를 따돌릴 수 있을지 생각해 내려고 애썼다. 뒷차는 소나타로 보였는데 이런 도로는 신호도 많고 차도 많아서 빠른 미니의 이점을 살리기엔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다행히 신호에는 걸리지 않아 잘 빠져 나가고 있었는데 고속도로 진입 전 마지막 신호에서 횡단보도에 도착할 때쯤 노란색 불이 빨간색으로 바뀌었지만 사람이 아직 건너가지 않아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 나갔다. 뒤따르던 차는 앤더슨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경적을 계속 울려 사람들이 건너지 못 하도록 하고 횡단보도를 지나갔다.앤더슨이 고속도로 진입로에 도착했을 때 차들이 몰려 서행하는 중이었다. 재빨리 갓길로 빠져.. 2016. 12. 14. 24 회의가 끝나자 복도로 나간 김비서관은 청기와룸싸롱 김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비서관님." "오늘 저녁에 유니하고 소라 준비시켜 놔." "유니하고 소라요? 그런 애는 없는데요." "뭐, 없다고?" "이번주에 해리라고 죽여주는 애가 왔는데 해리는 어떼세요?" "너 아까 뉴페이스 보라고 문자 보냈었잖아." "아까요? 오늘 그런 문자 보낸 적 없는데요." "에이 씨." 김비서관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고 IT담당자를 불렀다. "영준아, 너 여기서 청기와룸싸롱이라는 앱 좀 분석해 봐. 이게 뭐 하는 건가." "예, 알겠습니다." "다른 건 건들지 말고 그것만 봐라. 쓸데없는 호기심이 니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는 거 알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휴대폰을 들고 간 후 20분이 지나자 초.. 2016. 12. 14. 23 일요일 오전 11시쯤 앤더슨이 늦잠을 즐기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10번 정도 울릴 때까지 듣지도 못 하다가 잠결에 어렴풋이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 들자 힘들게 일어나서 전화기를 집어 들어 전화를 받았다. 전날 아침에 만나서 영화를 보기로 했던 혜진이 만나자마자 갑자기 파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계획에 없던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 온 후라서 피곤했던 것이다. 평소에 장거리 운전을 즐기지 않는 그였기에 적당히 을왕리나 멀리 가면 대부도 정도까지만 갔다가 왔으면 했지만 그녀가 콕 찍어서 파란 바다라고 얘기한 걸 보면 분명히 동해를 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머리 속에서 그녀의 의도에 대한 분석을 끝내고 강릉에 가자고 하자 팔짝팔짝 뛰며 기뻐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기쁘게 오늘의 운명에 대.. 2016. 12. 11. 22 블랙라이더는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앤더슨이 보내 준 주소의 집 현관이 잘 보이는 곳에 차를 주차해 놓고 카메라에 커다란 망원렌즈를 장착한 채로 손에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흥신소를 하면서 자주 하던 일이긴 하지만 이 일은 언제나 지겹고 지루한 일이었다. 더 멀리 보자면 형사 시절에는 범인을 잡기 위해 며칠 밤낮을 잠복하기도 했었다. 짝퉁 페북녀가 빨리 나오기만을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데 10시쯤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나왔다. 블랙라이더는 얼른 카메라를 들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그 여자가 블랙라이더쪽으로 걸어오자 얼른 몸을 숨겼고 블랙라이더의 차 옆을 지나간 후에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찍은 사진을 확인했다. 핸드폰을 꺼내 앤더슨이 보내 준 사진과 비교해 보니 전혀 달랐다. '에이'하며 실망의 시간을.. 2016. 11. 27. 21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 앉아 있는데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이과장이 앤더슨에게 얘기했다."김대리, 점심시간이다. 오늘은 구내식당 메뉴가 뭘까?" "과장님, 저는 일이 있어서 따로 먹을께요." "그래? 그럼 맛있게 먹어라." "네. 과장님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다른 직원들이 모여 식사하러 나간 후에 앤더슨은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근처 커피점에 들어가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에 받아서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볼 수 없게 벽을 등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와이파이 에그를 꺼내서 켜고 맥북에어도 꺼내서 부팅했다. 커피점의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보안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에그를 사용하거나 스마트폰을 테더링해서 사용했다. 잠깐 기다리는 사이에 샌드위치를 한 입.. 2016. 11. 12. 20 앤더슨은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잡지를 보며 최신 하드웨어 동향을 살펴 보며 요즘은 어떤 CPU와 RAM, SSD가 나왔는지 살펴 보고 있었다. 직원들이 물어 보는 것은 이렇게 복잡한 것과는 관계 없이 아주 단순한 것들 뿐이지만, 가끔씩 컴퓨터에 관해서 나름 안다고 자부하는 젋은 직원들이 자신에게 도발하듯 질문을 하거나 아는 척을 하는데 이럴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 하면 아는 것도 없이 자리만 지키며 돈을 받아 간다고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라는 것이 몇 개월이나 몇 년에 한번씩 새롭게 등장하기는 해도 매달 바뀌진 않는다. 잡지를 매달 구독하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기술이 보이지는 않는다. 사무실에서 컴퓨터 잡지를 본다는 것은 미용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거나 염색이나 파마를 하는.. 2016. 11. 5. 19 월요일에 앤더슨이 출근해서 다음뉴스를 보니 백명인 전 대통령의 수천억원 횡령 소식이 뉴스 제일 위에 올라가 있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해 먹은 건지 파도 파도 끝이 없고,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횡령의 명인이라서 이름이 백명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나랏돈을 뼛속까지 빼 먹고도 아직까지 감옥에 가 있지 않다는 것이 분할 뿐이었다. 스크롤을 내려서 댓글을 봐도 대부분이 욕을 했고, 추천수도 엄청나게 높았다.오전 11시쯤이 되어 다시 다음뉴스에 들어가자 톱스타 조현식과 문지인의 스캔들 뉴스가 맨위에 올라가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 또한 조현식과 문지인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검색어 순위를 모두 살펴 보았는데 백 전 대통령의 이름은 이미 20위 .. 2016. 10. 22. 18 골치 아픈 온성제약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자 앤더슨은 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동안 한 가지 일에 매달려 온 정신을 집중하다가 그 일이 끝난 후에 느껴지는 공허함 같은 거였다. 회사에 출근해 촛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고 이과장이 커피를 먹으러 가자고 불러서 따라 나섰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커피점에서 각자 사원카드로 결제하고 받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가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김대리, 너 오늘 왜 이렇게 멍하니? 요 며칠은 그렇게 눈빛이 살아 있더니." "제가 그랬어요?" "너 어제 잠 못 잤어? 혹시 좋은 야동이라도 받은 거야? 그런 거 있으면 공유 좀 하면서 살자." "에이, 아니예요. 그런 게 있으면 저도 좀 보여 주세요." "니가 구해다가.. 2016. 10. 16. 17 밤늦게 홍미애가 현재 살고 있는 곳에 도착한 이대기 기자는 조심스럽게 대문안을 들여다 보았다. 방들은 모두 불이 꺼져 있고 마당쪽의 불만 하나 켜져 있었고, 마당에는 그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도시에서 온 분위기의 한 여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서성이고 있었다. 대문 밖에서 이기자가 그녀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흠칫 놀란 그녀가 얼른 담배를 바닥에 버려 끄고 대문쪽을 돌아보며 대답했다."어머, 누구세요?" "명성일보에서 나온 이대기 기자라고 합니다. 여기 명함 있습니다. 좀 받아 주세요."명함을 받아 든 그녀는 급히 다시 돌려 주며 외쳤다."저는 아무 것도 몰라요. 어서 가세요. 안 가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기자의 육감으로 그녀가 홍미애라는 느낌이 왔고, 뭔가 숨기려고 하는 .. 2016. 10. 9. 16 월요일 아침부터 앤더슨의 마음은 이미 집에 가 있었다. 어서 빨리 온성제약의 뻔뻔한 얼굴 앞에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들이밀어 고개 숙이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기 의해선 자신이 입력해 놓은 명령의 결과가 꼭 나와야만 했다. 그 정보가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꼭 있었으면 좋게다는 마음은 간절했다. 초조하게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문득 혜진이 생각났다. 주말에 친구들과 여행을 잘 다녀왔는지 궁금했다. 가지 않는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보단 혜진과 얘기하는 것이 자신의 정신건강에 훨씬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다. 메신저의 대화상대 리스트에서 혜진을 더블클릭했다. '혜진씨 여행은 즐거웠어요?' 한참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응답이 왔다. '미안해요. 지금 회의중이라. 있다가 .. 2016. 9. 29. 15 앤더슨은 메일을 보내고 한동안 앉아서 자신이 한 일이 세상에 어떤 파장을 불러 일으킬지 궁금했다. 모두의 관심을 받고 온성제약이 항복을 할까, 아니면 용케 빠져 나가서 책임을 면할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정확히 말하면 설레임반 설레임반이었다. 그러다가 이미 벌어진 일이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에 걱정해 봐야 뭐가 달라지겠냐는 생각이 들어 침대 위에 누워 전자책을 보기 시작했다. 책을 보다 잠이 들었고 2시간 정도 맛있게 잔 후에 일어났다. 재미있는 주말예능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TV를 켜서 채널을 돌리다가 화면 아래의 자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온성제약 태아기형유발 진통제 임상시험 보고서 유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문서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기자도 특종이라고 직감하고 빠르게 방.. 2016. 9. 27. 14 회사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블랙라이더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직 얻은 결과물이 없어서 그런지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행상황은 알려야 하니까 전화를 들고 복도로 나갔다. "네, 형""앤더썬, 뭐 나온 건 없냐?""얘들이 보안을 철저하게 하나 봐요. 잘 못 찾는 것 같네요.""하긴 이런 게 유출되면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겠지. 너무 연락이 없어서 확인차 전화해 봤다. 근데 뭐 추가적으로 시도할 만한 방법은 없나?""더 강한 방법이 없진 않은데, 그러다가 그쪽 보안프로그램에 걸리기라도 하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차단될 수도 있어서요.""그래,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겠네. 뭔가 찾는대로 연락해라.""네." 기다려 보자고 얘기는 했지만, 앤더슨도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2016. 9. 24. 13 전날 부하직원들 앞에서 일처리 좀 똑바로 하라고 본부장에게 깨진 김민수 부장은 새벽까지 술을 진탕 마시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 회사에 출근했다.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턱밑의 수염을 제대로 못 깎아 시커멓고 머리 감기는 포기해 뒤통수에는 새집을 지었다. 세탁해 놓은 와이셔츠를 입긴 했지만 불룩한 배 때문에 허리 부분은 팽팽해서 단추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었다. 해장 생각이 간절한데 나갔다가 본부장에게 걸리기라도 할까 봐 오늘은 점심시간까지 얌전히 앉아 있기로 마음 먹었다. 대신 점심 메뉴로는 시원한 국물의 쌀국수를 먹으려고 집을 나설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사내시스템에 접속했다. 로그인을 하자 공지사항에 '필리사이드 관련 전직원 주의사항'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굵은 글씨.. 2016. 9. 22. 12 라이딩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한 후에 지하철을 타고 뚝섬유원지역으로 이동했다. 역에서 내려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회원들 대여섯명이 모여서 이야기중이었다. 그 사이에 블랙라이더형도 앉아 있었다. 앤더슨이 오자 다들 돌아보며 인사했다. "오 앤더슨, 오랜만이다.""앤더슨, 빨리빨리 다녀야지. 지각하면 어떡하냐.""형, 안녕하세요." 그 중에 두 명이 가장 듣고 싶던 반응을 보였다. "앤더슨, 이거 뭐냐. 이 휠 이거 못 보던 휠인데. 펄크럼 레이싱 제로 카본?""오~ 이 카본의 포스. 깨끗한 걸 보니 중고도 아닌 것 같은데. 이 비싼 걸 어떻게 샀냐?" "헤헤. 형들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잘 따라 가려고 카드 할부로 질렀어요." 돈의 출처를 아는 블랙라이더형은 앤더슨과 눈이 마주치자 겸연쩍은 미.. 2016. 9. 18. 11 앤더슨은 지하철이 이촌역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마자 뛰기 시작했다. 약속시간이 10분 밖에 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가는 것이라서 늦는다고 못 들어가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바른생활 사나이의 이미지에 갇혀서인 것도 같고, 회사생활하면서 시간을 지키는 습관이 들어서인 것 같기도 했다. 평소 출근 같았으면 항상 비슷한 스타일의 옷과 신발이라서 특별히 튀는 색깔만 아니라면 그냥 잡히는대로 입고 나왔겠지만, 어제 퇴근 후에 데이트를 위해서 산 셔츠와 바지, 슬립온을 오늘 아침에 입고 보니 벨트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여러번 바꿔서 해 보다가 이렇게 늦고 만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앞에 거의 도착했을 때 매표소 앞에서 혜진씨가 환한 얼굴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힘을 내 그쪽으로 달려가 그녀.. 2016. 9. 16. 10 블랙라이더는 오전 11시쯤 안양역에 도착했다. 안양일번가 쪽으로 걸어가 앤더슨이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다. 이 주소가 정확한 주소가 아니라 기지국을 통해 얻은 거라서 주변을 다 돌아봐야만 정미화씨가 여기에 있는지 확인할 수가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여기는 식당이 몰려 있는 곳이라서 운이 나쁘면 몇 시간을 헤매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전직 강력계 형사였던 그에게는 자주 하던 일이라서 생소하진 않았지만 매번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것 같은 이런 일은 시작하기 전에 한숨부터 나오기 마련이다.일단 1차 수색영역으로 정한 식당의 끝부터 하나씩 들어가서 일하시는 분들을 유심히 살펴 보기 시작했다. 이 시간이 점심장사를 시작하기 전 준비시간이라서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보통 이른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가게 입구에서.. 2016. 9. 15. 9 출근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들려오는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여보세요. OA팀이죠?""네. OA팀입니다.""제가 실수로 파일을 지웠는데 살려낼 방법이 없을까요? 1시간 후에 사장님 보고가 있는데 그 파일이 꼭 있어야 하거든요.""휴지통은 확인해 보셨어요?""네. 없어요. 뭐에 홀렸는지 왜 파일을 지우고 휴지통 비우기까지 했어요. 제발 좀 도와 주세요.""자리가 어디세요?" 마침 이혜진씨 근처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전화한 사람 자리로 걸어가면서 그녀의 자리를 힐끗 쳐다 보았는데 그녀는 자리에 없었다. 보면 눈인사라도 하려고 했는데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파일이 지워진 컴퓨터를 살펴 보면서 지웠던 파일의 위치를 확인하고 휴지통까지 확인해.. 2016. 9. 10. 8 점심을 먹고 들어와 사무실에 앉아 한가롭게 포털사이트에서 인터넷뉴스를 보고 있는데 시큐보이스의 수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얼른 전화기를 들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서 전화를 받았다. 통화하면서 얼른 복도 구석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 형""내가 그 형님 동네 가서 마지막으로 형수 봤던 사람들한테 좀 물어 봤는데, 형님이 차 타고 출발할 때 형수가 차 옆에서 인사했단다. 차 떠난 다음에 형수는 버스정류장으로 버스 타러 갔대. 거 봐라. 내가 뭐랬냐?""그렇군요. 음. 혹시 더 있다가 그 형님이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차로 데려다 준다고 가서 타고 가신 건 아닐까요?""니가 그럴까 봐 그 뒤까지 다 확인해 봤다. 형수는 그길로 나가서 등산까지 같이 갔대. 동호회원 중에 김숙자씨한테 연락해서 확인해.. 2016. 9. 7. 7 월요일은 평소처럼 한두 건의 지원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난주처럼 그렇게 결과가 기다려지지는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번째라서 무뎌진 것도 같고, 돈이 생기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라는 생각에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실종된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분을 위해서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퇴근시간이 되자 재빨리 자리를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저녁을 먹기 어려울 것 같아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가 켜지자 바로 경유서버에 접속해 수집된 정보를 하나씩 살펴 보기 시작했다. 아내인 정미화씨에 관한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실망하진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이에 .. 2016. 9. 6. 6 일요일 낮 12시가 다 되어서 눈을 떴다. 전날 케이블 TV에서 미드 연속방송을 하는 바람에 궁금한 마음에 결국은 새벽 5시까지 최종화를 보고 잠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늦게 일어나도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으니 자유로워서 좋긴 한데, 허기를 해결해 줄 사람의 부재는 그에 따르는 불편함이다. 바로 깼을 때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배고픔이 강하게 밀려 왔다. 든든하게 먹을 뭔가가 필요했다.팔도 짜장면 하나를 꺼냈다. 액상스프의 양이 많고 맛도 진짜 중국음식점 짜장면과 유사한데 짠맛이 좀 강한 게 흠이다. 그래서, 이걸 먹을 때는 항상 양파를 추가했다. 먼저 냄비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바로 양파를 하나 까서 반을 쪼갠 후 빨리 익혀야 하니까 잘게 다졌다. 냄비 옆에 후라이팬을 올리고 기름을 두른.. 2016. 9. 2. 5 블랙라이더형으로부터 대포통장을 넘겨 받았다. 거기에는 자그마치 천만원이나 되는 돈이 들어 있었다. 착수금보다는 조금 많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이렇게 많이 받아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과 누구도 하기 힘든 일을 해냈고 며칠동안 마음고생했으니 이 정도 보상은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이리저리로 흘러 가더니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 하는 고민으로 바뀌었다. 1순위는 역시 싸이클 휠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처음 사이버흥신소 일을 시작했으니 일단은 휠부터 바꾸자.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많은 동호회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보다는 약간 상급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여기저기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아 결국 펄크.. 2016. 8. 28.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