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관심사

테린이들을 위한 조언

by romainefabula 2024. 2. 14.

1년 3개월 정도 테니스를 배우면서 부족하고 궁금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뒤에 테니스를 시작하는 테린이들을 위해서 도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이 글은 레슨장에 가서 코치에게 배우는 것으로 가정해서 작성한다.

 

흥미

테니스도 취미생활이니까 재미있어야 칠 수 있다. 몇 번 테니스를 쳐 보고 재미있다고 느껴질 때까지는 테니스용품 사는 걸 자제했으면 한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사도 되지만, 레슨장에 가면 라켓 빌려 주고 옷은 그냥 운동복 입으면 된다. 레슨장에서 신을 깨끗한 실내용 운동화 하나만 준비해 가면 된다.
공을 갖고 하는 운동은 어떤 운동이나 소질이 있어야 한다. 공을 맞추는 감각이 없는 사람은 배우기 힘들 수도 있다. 여기서 흥미도에 따라 테니스를 계속 치느냐 포기하느냐로 나뉜다. 잘못 쳐도 예쁜 옷 입고 공 따라 뛰어다니는 게 재미있는 사람은 계속 치는 것이고, 못 쳐서 스트레스받으면 그만두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있기 때문에 테니스용품을 나중에 사라고 한 것이다.
나는 소질이 있는 편이긴 한데, 잘 치던 백핸드 스트로크가 2개월 전쯤부터  완전히 무너져서 테니스 권태기가 올 뻔했는데 흥미로 버티고 있다. 테니스공 때리는 게 너무 재미있으니까 안 맞아도 스트레스 안 받고 될 때까지 시도하고 있다. 흥미만 유지하고 못 친다고 스트레스받지만 않으면 계속 칠 수 있다.

 

난이도

배우기 어려운 운동 중에 상위권에 든다고 할 정도로 배울 게 많다. 스트로크, 발리, 슬라이스, 서브를 배워야 하는데 각각 방식이 다르다. 여기에 코트를 열심히 뛰어다녀야 하고, 공을 세게 치려면 힘도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잘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잘 못 쳐도 친한 사람들끼리 즐겁게 게임을 즐기면 그까짓 기술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래서, 처음에 흥미라는 주제를 넣은 것이다. 못 쳐도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장비

한달 정도 쳤는데 테니스가 재미있고 계속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장비를 하나씩 사는 게 좋다. 대강 아래의 차례대로 사면 좋을 것 같다. 테니스복은 알아서 원하는 시점에 사면된다.

  • 양말 : 바닥이 두툼한 운동용 양말을 사면 된다. 바닥에 실리콘 처리가 되어 안 미끄러우면 더 좋다. 두꺼운 양말을 신으면 충격이 흡수되어 한결 덜 피곤하다.
  • 테니스화 : 미끄러짐이 덜하고 뛰었다가 멈췄다가 할 때 확실히 안정감이 있다.
  • 헤드밴드 : 땀이 이마로 많이 흘러내려서 눈에 들어가는 사람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안 사도 된다.
  • 손목밴드 : 내 경험으로는 땀 닦는 용도이다. 얼굴의 땀을 닦을 때 사용한다. 땀이 많으면 긴 걸 추천.
  • 라켓 : 이건 아래에서 설명
  • 레깅스 : 컴프레션 레깅스 추천한다. 근육을 잡아 줘서 그런지 확실히 다리 피로감이 덜하다. 남자는 불편할 것 같지만 잘만 입으면 거의 안 불편하다. 단, 민망하니까 위에 바지 하나 더 입는다.

 

라켓은 언제 살까?

처음에 레슨 받고 코치한테 물어봤다가 혼났다. 사야 할 시기를 코치가 나중에 얘기해 준다고 했는데, 깜빡해서 테니스 배운 지 6개월 만에 내가 이제는 사야 되지 않겠냐고 물어보고 샀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늦게 샀다.
레슨장에 있는 라켓으로 테니스를 배우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지난주에 어느 정도 공이 잘 맞았는데 이번주에 느낌이 달라서 불편한 시기가 온다. 이때는 코치의 추천을 받아서 산다.
라켓의 종류는 라켓의 특성과 무게, 길이, 그립 두께 정도로 분류한다. 보통 처음에는 타격감이 부드럽고 가벼운 라켓을 추천한다. 나는 Wilson Ultra 100L V4 280g으로 시작했다.

테린이 시절에도 라켓을 한 번 더 사야 할 시기가 온다. 처음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특히 어깨부터 손까지 힘을 잔뜩 주고 공을 친다. 언뜻 보면 로봇이 공을 치는 것 같다. 이때는 280g짜리 라켓으로 5분만 쳐도 팔이 아프다.
그러다가, 힘 빼고 치는 방법을 터득하면 처음 라켓이 전혀 무겁지 않게 된다. 대신 공이 세게 맞지 않는다. 이 단계가 되면 라켓이 무거울수록 공을 강하게 칠 수 있다. 선수들은 무거운 라켓을 사용한다. 단, 연습이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라켓이 무거워서 힘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골라야 한다.
나는 두 번째 라켓으로 Head Speed MP 300g을 샀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인 카롤리나 무호바가 사용하는 라켓이라서 샀다. 라켓 덕분에 요즘은 야닉 시너 팬도 되었다. 라켓 특성도 있고 무게도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공을 때리면 세게 시원시원하게 날아간다.

나에게 맞는 라켓을 고르는 방법은? 나도 테린이라서 모른다. 레슨장에 있는 걸 쳐 보거나 시타해 볼 수 있는 매장을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타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알 수 있고, 스트링의 종류나 텐션도 영향이 있으니까.

라켓을 두 개 사면 레슨 받으러 갈 때 가방에 꼭 둘 다 꽂고 다니는 걸 추천한다. 라켓이 두 개면 왠지 고수일 것 같다. 내가 테니스 치는 걸 보지 않는 한 내 실력을 알 수는 없으니까. 나는 대개 Head Speed로 치지만 가방에는 꼭 라켓을 2개 꽂고 다닌다. 사람들은 분명히 내가 고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ㅎㅎ

쓰고 보니 처음엔 280g이나 300g이나 모두 무겁게 느껴지니까 처음부터 300g짜리를 하나만 사도 될 것 같긴 하다. 아니다. 그럼 라켓이 1개라서 사람들이 나를 고수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2개 사길 잘했다.

 

테니스는 힘든 운동인가?

랠리를 1시간 쳐 봤는데 쉬엄쉬엄 쳐도 굉장히 힘든 운동이다. 코치마다 다르겠지만 레슨을 20~30분 받아도 정말 힘들다. 어떤 인스타 댓글에는 테니스 레슨 받는데 남편이 암살자를 보낸 줄 알았다는 글도 있었다. 내가 테니스를 너무 잘 치니까 코치가 선수를 만들려고 이렇게 하드트레이닝을 시키는 줄 알고, 내년 윔블던 출전신청하려고 했다. 세게 돌릴 때는 15분 정도 치면 숨이 차서 의자에 앉아서 2분 정도 숨이 돌아올 때까지 쉬면서 쳤다. 이런 날은 레슨 끝나고 집까지 10분 걸어가는데 다리가 후들거려서 중간에 벤치에 앉아서 몇 분 쉬다 가기도 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매번 레슨 받으러 갈 때마다 오늘 몸이 안 좋으니까 살살 치자고 얘기했다.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레슨 없는 날에 체력훈련을 했다. 폐활량을 높이려고 등산도 좀 하고 계단만 보이면 무조건 걸어 올라갔다. 걷기도 많이 하고 가끔 공원 가서 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어쨌든 테니스가 힘들지만 버티고 이겨내면 몸이 건강해진다. 덤으로 체형도 좋아진다.
바닥에 떨어진 공을 주울 때는 몸을 굽혀서 손으로 줍지 말고 발과 라켓을 사용해서 줍는 걸 추천한다. 방법은 검색해 보면 많이 나온다. 몸을 숙였다 펴는 것이 에너지소모가 커서 가끔 별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테니스 경기에는 볼키드들이 공을 주워 주는 것 같다.

 

레슨 전후 식사

최근에 알게 된 정보인데 아주 유용하다. 선수들 경기 전후에 하는 것인데 레슨에도 잘 맞아서 나도 따라 하고 있다.

  • 레슨 전 : 레슨 시작 3시간 전쯤에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를 충분히 한다. 레슨 때 뛰어다닐 에너지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레슨 1시간 전까진 물도 편하게 마시고, 30분 전에 한 컵 정도 마신다. 위에 음식물이 있는 상태에서 뛰면 배가 아프다.
  • 레슨 중 : 이온음료나 전해질로 수분만 섭취한다. 테니스는 힘드니까 설탕이 들어가도 괜찮다. 나는 레슨 끝나면 500cc 원샷한다. 집에 가서 300cc 정도 더 마신다.
  • 레슨 후 :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배부를 때까지 먹는다. 테니스는 끝나고도 20분 정도 계속 땀이 날 정도로 계속 에너지를 쓴다. 제대로 안 먹으면 이후에 계속 기운이 없다. 그래서, 먹고 싶은 만큼 먹어야 한다. 단백질은 운동하는 동안 손상된 근육을 회복하는데 필요하다고 한다. 단백질을 안 먹으면 며칠 동안 근육이 아프다. 단백질을 충분히 먹어야 안 아프다. 요즘은 조코비치가 먹는다는 독일PM주스를 타서 먹는다. 피로가 잘 풀리는 것 같긴 한데, 이거 먹으면 졸리다. 조코비치처럼 테니스를 잘 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미도 있다.

 

공부하기

테니스를 쳐 보면 코치가 모든 원리를 다 가르쳐 주진 않는다. 따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동작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동영상을 봐야 한다. 나는 주로 인스타그램의 테니스 설명하는 계정을 팔로우하면서 원리를 보고 따라 하려고 한다. 알고리즘의 장점이 여기서 발휘된다. 내가 관심을 갖는 동작을 몇 번 보면 그에 관련된 내용들이 연속으로 나와서 좋다. 그리고, 나의 수준에 따라 그 정도의 추천피드가 계속 나오기도 한다.

 

스트로크 기본 원리

아직 잘 치진 못 하지만 이론적으로 공부는 했고 따라 하다 보면 실력이 느는 것을 느낀다. 스트로크는 몇 가지 동작으로 구분해 볼 수 있고 이걸 하나씩 제대로 해서 연속동작으로 하면 완성된다.

  1. 공을 치기 좋은 위치로 이동 : 날아오는 공의 속도와 떨어지는 위치를 예측하고, 바닥에 맞고 튀어 올랐을 때 내가 공을 때리기 좋은 위치로 빠르게 이동한다.
  2. 테이크백 : 공을 치기 좋은 위치에 도착할 때에는 몸을 회전하면서 테이크백이 끝나 있어야 한다.
  3. 마지막 위치 및 높이 조정 : 공의 회전에 따라 바운드 후에 방향이나 높이가 달라지므로 이것에 따라 전후좌우로 살짝 이동하면서 마지막 위치조정을 한다. 바운드 후 아주 짧은 시간에 해야 하므로 짧은 거리를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래서 코치가 잔발을 강조하는 것이다. 공과 거리를 조정하고 상체를 세우고, 공의 높이에 따라 무릎을 굽히거나 펴서 몸의 높이를 맞춘다.
  4. 몸통회전과 체중이동 : 공을 세게 치려면 몸통회전과 체중이동이 중요하다. 팔힘만으로는 공을 세게 칠 수 없다. 먼저 골반회전을 시작하고 어깨회전을 하면서 뒷발을 살짝 앞으로 밀어준다.
  5. 팔 회전 : 팔과 손목에 힘을 빼고, 어깨회전에 따라서 팔을 따라 돌리다가 라켓이 공에 맞기 직전에 손목에 힘을 줘서 라켓으로 공을 앞으로 쭉 밀어내듯이 친다. 공을 친 후에는 팔에 힘을 빼고 크게 회전시킨다.

 

'기타 관심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돈내산] 내맘대로 가전제품 순위  (0) 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