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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2023.07] 런던

by romainefabula 2023. 8. 11.

이 글은 정보공유의 목적도 있지만, 휘발성인 내 머리의 기억력에 대한 보조기억장치 역할도 있다. 다음에 기억나지 않을 때 다시 찾아보기 위해서. 그래서, 쓸데없이 자세한 내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중간중간에 소제목이 있으니 필요 없는 내용은 건너뛰시길...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와 기타 사정으로 미루다가 런던, 파리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기다린 시간이 길었던 만큼 행복도 컸고, 그동안 여행자금도 넉넉하게 모아 놓아서 하고 싶은 것도 모두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어서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도록 잘 놀고 왔다.


목표
여행에서 목표는 아주 중요하다. 목표 없이 남들 다 가는 유명한 곳에 가서 사진만 찍고 올 거라면 패키지여행을 추천한다. 하지만, 패키지여행에 가서 가이드가 버스 타라면 버스 타고, 내리라면 내려서 사진 찍고, 식당에 내려 주고 먹으라면 먹는 그런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때부턴 여행이 지겨워지고 뭘 해도 아무 느낌이 없어진다.
이번 런던 여행에서 나의 목표는 '셜록홈즈'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20년 전 패키지여행으로 유명한 곳에서 사진은 다 찍었지만, 함께 가는 아이는 처음이라 유명한 곳에 가서 사진 몇 장씩 찍고 나머지는 하고 싶은 것들을 실컷 즐기기로 했다.


항공(프리미엄 이코노미)
이번에 새로운 도전을 여러 가지 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타기였다. 이코노미를 타고 유럽까지 날아가는 일은 정말 고역이다. 12시간 정도를 비좁은 좌석에 갇혀서 꼼짝 못 하고 있어야 하니. 그래서, 자금도 여유가 있으니 프리미엄 이코노미에 도전했다. 직항은 찾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서 외국항공사의 환승 편을 선택했다.
루프트한자를 타고 뮌헨에서 환승해서 런던 히드로공항으로 날아가는 편이었다. 어떤 항공사 후기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에 비즈니스석 식사가 나온다고 하는데, 루프트한자는 이코노미칸 맨 앞쪽에 조금 넓은 좌석을 놔두고 식사는 이코노미와 똑같이 나왔다. 온라인 체크인을 늦게 하는 바람에 아이와 같이 앉지 못하고 독일 아저씨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우리나라나 독일이나 아저씨들은 왜 이렇게 비슷한지 오지랖 참 넓고 스포츠샌들에 양말 신는 것까지... 많이 불편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론은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탈 만하다는 것이다.(역시 돈이 좋다) 좌석 좌우폭도 여유롭고 앞뒤 간격도 충분해서 다리를 쭉 펴고 갈 수 있다. 앞뒤 간격이 넓어 등받이를 어느 정도 뒤로 젖혀도 미안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등받이를 뒤로 거의 젖히지 않긴 했다. 다음에도 10시간 이상 비행거리라면 거의 무조건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타야겠다.

- 환승 예약 및 탑승 팁
환승하면서 하나 또 배웠다. 예약한 항공편의 환승시간이 50분이었는데 이게 무리였다. 인천공항 출발부터 1시간 반 늦게 출발해서 뮌헨에 도착해서 열심히 달려가 보니 이미 환승 편은 떠나고 없었다. 다행히 같은 항공사에서 묶어서 판 환승 편이라서 메일로 다음 항공편의 탑승권이 와 있었다. 그걸 받아서 바로 다음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런던에 도착했다.
찾아보면 전문가들은 최소 3시간의 환승시간은 보고 환승 편을 예약하라고 한다. 나는 다행히 같은 항공사에서 묶어 파는 환승 편을 사서 다음 비행 편을 제공받았지만(당일 다음 편이 없으면 항공사가 숙박까지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따로 사서 환승하는 사람은 훨씬 환승시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
환승할 때는 꼭 천장에 붙은 환승(Transfers 또는 Connecting Flights) 표시를 따라가야 한다. 도착(Arrivals)은 공항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가는 곳이다. 환승은 여권, 탑승권, 짐 보안검사를 간단하게 또 통과한 후에 할 수 있다.

- 온라인 체크인, 탑승권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항공권을 예약하면 바로 좌석을 지정하거나 탑승시간 약 24시간 전부터 인터넷으로 온라인 체크인 후에 좌석을 지정할 수 있다. 좌석위치가 여행의 피로도를 결정하는 중요요소니까 최대한 빨리 지정하는 게 좋다. 탑승권(Boarding Pass)도 탑승 몇 시간 전에 메일로 온다. 보통 이 메일 아래에 '애플 지갑에 추가' 같은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고 지갑에 추가해 두면 스마트폰에 탑승권이 저장되어 탑승할 때 이것만 보여 주고 타면 된다. 지갑의 좋은 점은 항공사에서 탑승시간이 바뀌거나 게이트가 바꾸는 경우 지갑에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는 것이다. 물론 안 되는 항공사도 있다.


히드로(Heathrow) 공항 입국
히드로 공항은 입국심사 까다롭기도 유명하다. 혹시 있을 불법체류자를 거르기 위해서일 것 같은데, 그래서 런던 숙박예약 바우처, 유로스타 탑승권, 파리 숙박예약 바우처, 귀국 항공편 e티켓까지 바로 꺼낼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필요 없었다. 입국심사 대기줄 앞에 몇 개 나라의 여권을 가진 사람은 10세 미만(?)의 가족을 동반하지 않는 한 자동심사대에 여권 집어넣고 사진 한방 찍은 후에 통과하게 되어 있었다. 그 몇 개 나라 중에 대한민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허무할 정도로 아주 쉽게 통과했다. 단, 여권 넣을 때는 여권케이스를 꼭 벗겨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가 좀 이상하다고 이 혜택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런던 시내로 들어가기
호텔을 Paddington 역 근처로 잡아서 Heathrow Express나 지하철 Elizabeth Line을 타면 됐다. Heathrow Express 예약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을 못 해서 못 타는 줄 알았는데 예약 없이 막 탈 수 있다. 단, 굉장히 비싸긴 하다. 대신 18세(?) 이하는 무료. 나는 애플페이로 입구에서 결제하고 탑승.
원래 지하철(Underground 또는 Tube) Elizabeth Line도 가능한데 역직원이 무조건 Heathrow Express만 타라고 했던 걸 보면 아마 파업 중이라서 탈 수 없었던 것 같다. Paddington 외에 다른 역에 갈 사람은 Elizabeth Line을 추천한다.

Heathrow Express

 

애플페이
한국에서 애플페이가 지원되면서 호기심에 애플페이를 신청했는데, 한국에선 거의 무용지물이지만 런던에선 모든 곳에서 사용이 가능했다. 파운드가 필요한 것은 호텔에서 아침에 베드팁에 사용하는 1~2파운드 동전 정도였다.
가이드책자를 보면 대중교통에 오이스터카드를 사용하라고 하는데 애플페이도 하루피크금액이 적용된다고 하니(확실한지는 모르겠음) 굳이 보증금 내 가면서 오이스터카드 사고 나중에 보증금 환불받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대신 애플지갑에서 카드의 정보에 '익스프레스 교통카드' 기능을 꼭 켜길 추천한다. 이거 안 켜면 대중교통에서 찍을 때마다 Face ID 인증을 먼저 해야 한다. 이 기능을 켜면 우리나라 교통카드 찍는 것처럼 아이폰 윗부분만 갖다 대면 바로 결제된다.
런던, 프랑스에서 나는 거의 애플페이를 사용해서 결제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중교통이든 식당이나 상점에서도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모습을 거의 못 봤다. 대부분이 EMV Contactless 카드를 애플페이처럼 단말기에 갖다 대고 결제했다. 단말기에는 모두 아래와 같은 이미지가 붙어 있었다.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그림이 있는 신용카드는 이렇게 갖다 대면 결제가 된다고 한다. 내 신용카드에도 이 마크가 있었는데 한번 못 해 본 것이 아쉽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했으면 굳이 애플페이 들여온다고 고생을 안 했을 텐데 왜 갈라파고스 같은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터넷
로밍을 신청하고 가서 전화와 데이터통신을 사용했는데, 굉장히 느렸다. 인스타그램처럼 이미지가 나오는 서비스는 기다리다 포기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예전에 2G에서 3G 정도의 속도로 15년 전쯤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지하철에서는 아예 신호가 안 잡힐 때도 있었다. 텍스트 기반의 인터넷과 구글맵 검색은 큰 문제가 없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도 크게 빠르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라디오 듣는 정도는 시원찮지만 쓸만한 정도였다. 물론 호텔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참고만 하면 된다.


대중교통

런던에선 버스와 지하철만 이용했다. 단연코 버스를 추천한다. 버스는 모두 2층버스이고 깨끗하고 자주 온다. 구글맵에서 목적지 검색해서 대중교통에 버스를 선택하면 탑승하는 버스 정류장부터 중간에 있는 정류장까지 모두 표시되고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버스 내부 앞쪽에 이번 정류장 표시 오류 없이 정확해서 한 번도 잘못 내린 적 없다.
지하철은 Elizabeth Line 빼곤 다시는 타고 싶지 않다. Elizabeth Line은 여왕 이름을 붙이면서 정말 깨끗하고 에어컨도 시원하고 좋다. 하지만, 그 외 노선은 정말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덥다. 파리 지하철이 지저분하다고 하는데 그보다 훨씬 안 좋다.


횡단보도
이건 영국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영국은 자동차가 좌측통행을 하고 차도도 좁은 편이다. 그래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항상 오른쪽을 살피고 건너야 한다. 횡단보도 바로 앞에도 LOOK RIGHT라고 크게 적혀 있다. 왼쪽만 보고 건너다가는 사고 날 수도 있다. 그리고, 횡단보도 바로 앞에 작은 것에 세워져 있는데 거기 아래쪽의 하얀 버튼을 누르면 WALK라는 불이 켜지면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보행등이 켜진다. 그리고, 횡단보도 초록불 켜져 있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 횡단보도 초록불이 켜지자마자 부지런히 걸어야 빨간불 전에 건널 수 있다.
영국은 횡단보도에서 차가 다니지 않으면 그냥 건너도 괜찮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 차가 와도 건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초록불이 켜지면 건넜다. 여행 중에 사고라도 나면 이후 일정이 모두 꼬여서 제대로 놀지 못하게 되니까. 여행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물가
영국이나 프랑스나 음식값이나 물건값이나 금액으로는 비슷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율로 따져 보면 1파운드는 1,700원에 가까웠고, 1유로는 1,450원 정도였으니까 계산해 보면 영국이 훨씬 비쌌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돈을 더 막 쓴 것 같다. 영국이나 프랑스나 웬만한 식당에 들어가면 2명 기준 4~5만 원 정도는 들었던 것 같다.


하이드 파크(Hyde Park)
런던은 거리에 나무도 많고 큰 공원이 아주 많다. 그중에 아마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되는 하이드파크에 첫 번째로 갔다. 숙소에서 가까워서 걸어갔는데 런던은 공중전화박스 말고는 대부분 깨끗해서 걸어 다니기 좋다. 예쁜 건물도 많아서 볼거리도 많다.
하이드 파크는 정말 넓어서 어디 중간에 앉아서 멍 때리기 좋다. 조깅하는 사람도 정말 많다. 런던이나 파리나 어딜 가나 조깅하는 사람은 많긴 하다. 새들도 종류별로 아주 많아서 새들만 보고 있어도 좋다. 오리, 백조, 까마귀에 갈매기까지. 야생동물에게 먹이 주지 말라는 표지판 많이 있으니 먹이는 주면 안 된다. 하지만, 어딜 가나 이런 데서 꼭 먹이 주는 사람 있다.

Hyde Park

 

Five Guys
하이드 파크에서 셜록홈즈 박물관으로 걸어가는 길에 Baker Street역이 있는데 바로 옆에 파이브 가이즈가 있었다. 한국에선 오픈런한다는데 런던에선 여러 개 봤고 여긴 내부도 한산했다. 여유롭게 주문하고 맛있게 먹었다. 쉑쉑보단 큼직한 게 내 스타일에 맞았다. 무제한이라는 땅콩은 맛있긴 했는데 소금간이 많이 되어 있어서 많이 먹긴 어려웠다.
매장 안 기둥에 명함 크기 종이에 Five Guys 글자로 캐릭터 아트 같은 걸 고객들이 그려서 붙여 놓는 공간이 크레파스와 함께 있었다. 버거를 먹고 호기심이 생겨 종이와 크레파스를 가져와서 거기에 한글로 '파이브 가이즈'라고 글자를 쓰고 색칠해서 붙여 놓았다. 한국 사람이 다녀 갔다는 표시를 하고 싶었는데, 앞에 앉아 있는 외국인 여자아이가 저 글자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하는 듯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가 붙여 놓은 한글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셜록홈즈 박물관
Baker Street역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221B번지에 셜록홈즈 박물관이 있다. 나의 런던여행 1차 목표다.
앞에 가면 젊은 직원들이 친절하게 예약은 했냐, 입장권은 바로 옆의 기념품점에서 사면된다고 영어로 설명해 준다. 제대로 해석했는지는 모르겠고 아마 그럴 것 같다. 시간대별로 온라인으로 예약한 사람은 시간이 되면 들어가고, 시간 예약을 안 한 사람은 무작정 기다리다가 빈자리가 생기면 들어간다. 나는 예약을 안 해서 3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박물관 입구 앞에서 기념촬영용으로 놓여 있는 셜록홈즈 모자를 쓰고 직원에게 인증샷도 부탁해서 찍었고, 워낙 오랫동안 고대하던 일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차례가 되어 들어가니 셜록홈즈의 방에 한 팀을 모아 놓고 직원이 설명을 시작했다. 셜록홈즈가 마치 살았던 사람처럼 했던 행동과 방안의 물건들에 대해 설명했다.(셜록홈즈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 살아있다!!!) 그 외에 허드슨부인과 왓슨의 방도 있었고, 심지어 화장실까지 있었다. 영국식 영어로 빠르게 설명해서 반이나 알아 들었나 모르겠지만, 셜록홈즈 방에서 영국식 영어를 듣고 있으니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박물관에서 나와서 입장권을 샀던 기념품점으로 가서 셜록홈즈 기념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골랐는데 그중에 담배파이프와 돋보기를 양손에 든 셜록홈즈 곰인형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이런 깜찍한 기념품을 만들어 냈는지.

Sherlock Holmes Museum

 

비틀즈샵
셜록홈즈 박물관 바로 옆에 비틀즈샵이 있다. 비틀즈샵은 비틀즈 관련 굿즈를 파는 곳인데 한산했다. 기념품을 사려고 들어갔는데 대부분 비싼 물품들이 많아서 열렬한 팬이 아니라면 많이 사긴 어려웠다. 그래서, 싼 물건들만 몇 개 사 들고 나왔다.

애비로드
비틀즈가 애비로드 앨범 자켓을 촬영한 횡단보도로 유명하다. Baker Street역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갔다. 구글맵에서 Abbey Road를 목적지로 검색해서 버스를 탔는데 원래 목적지보다 2 정거장쯤 전에 있는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그곳이 어쩐지 눈에 익었다. 얼른 벨을 누르고 내렸는데 역시 여기가 맞았다.
이 횡단보도에는 신호등도 없고(내 기억으론) 차도 쌩쌩 다닌다. 눈치껏 지나가는 차를 피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인증샷을 찍어야 하는데 꽤 위험하다. 대부분 적당히 찍다가 포기하고 돌아가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사람은 계속 몰려온다.

Abbey Road

 

가이드 투어(버킹엄궁전 근위병 교대, 빅벤, 런던아이, 버로우마켓, 타워브리지)
마이리얼트립으로 5시간짜리 가이드투어를 예약해서 갔다. 런던시내 유명관광지를 짧게 돌면서 인증샷을 간단하게 찍는 것도 있고, 자유여행은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 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비상시에 연락할 사람을 알아 두는 차원이다. 투어가 끝나면 보통 가이드는 귀국하기 전에 살 만한 선물이나 맛집 리스트를 카톡으로 공유해 준다.
가이드는 영국 유학 중인 학생이었는데 서글서글한 인상과 성격에 열심히 외워 온 것을 이야기하는 게 보기 좋았다.(나이가 드니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근위병 교대식(출퇴근 행사)을 보고 빅벤, 런던아이, 타워브리지에 가서 인증샷을 남겼다. 여기서 좋았던 것은 버로우마켓에 가서 먹은 점심식사였다. 휴가시즌이라서 그런지 시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서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지만, 사람들을 뚫고 가이드가 추천한 맛집 중에 빠에야를 먹으러 갔다.
예전부터 TV 여행프로그램에서 자주 나온 음식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어 궁금했다. 가게 앞에 가니 커다란 가마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팬 가득 빠에야가 있었고 그 앞에 길게 대기줄이 있었다. 한참 기다린 끝에 내 차례가 되었고 카드 말고 real money를 달라는 직원의 말에 런던에서 거의 유일하게 현금(1인분에 10파운드)을 내고 빠에야와 숟가락을 받아 들었다. 다음으로 앉아서 밥 먹을 곳을 찾아서 맛있게 빠에야를 먹었다. 아주 약한 카레맛이 나는 것도 같은데 커다란 새우와 홍합 같은 해산물이 듬뿍 들어 있어서 아주 맛있었다. 가이드 말로는 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짜게 먹지 않는 내 입맛에도 적당하거나 약간 심심한 간이었다.

Paella

 

피쉬 앤 칩스
영국에 올 때부터 생각한 숙제였다. 영국에서 한 번은 먹어야 한다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검색해서 호텔 주변에서 맛집을 골랐다.
피쉬는 생선살에 밀가루를 입혀서 튀기는데 보통 대구(cod)를 사용하고, 칩스는 그냥 감자튀김이다. 자신이 없어서 가장 작은 사이즈로 주문했다. 큰 레몬 덩어리가 함께 나와서 모두 짜서 생선튀김 위에 뿌렸다. 생선을 잘라서 한 조각 먹었는데 나름 고소하고 비린내도 없고 가시도 없고 괜찮았다. 그렇게 세 조각 먹으니 느끼해지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피쉬 앤 칩스 소스병을 들어서 뿌려서 먹었다. 이것도 느끼함을 잡기 위해 신맛이 나는 소스였다. 3분의 2까지 먹으니 이것도 소용없이 느끼해졌다. 참으면서 생선을 모두 먹고 감자튀김을 먹었다. 생선보단 좀 나은데 감자튀김도 느끼하긴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입에 다 집어넣고 꿀떡 삼키며 숙제를 마쳤다. 숙제 끝~~

Fish and Chips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거의 안 봤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뮤지컬이다. 한국에서 2번 정도 봤고 CD도 사서 많이 들었다. 원작 소설도 읽었고(아주 재미있다) 영화도 봤다. 얼마 전엔 OTT에서 30주년인가 기념공연도 봤다. 매니아까진 아니지만 애호가 정도는 될 것 같다.
이 뮤지컬을 보는 게 런던 여행의 2대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 His Majesty's theatre 홈페이지에서 직접 1명에 135파운드짜리 자리를 예매했다. (엘리자베스 여왕 때는 Her Majesty였는데 찰스 국왕이 즉위하면서 His Majesty로 이름이 바뀌었다) 자리는 1층 8열로 내 눈높이가 배우들 발목 정도였고 아주 가깝게 보였다.
CD로 자주 듣던 대사와 노래들이 눈앞에서 화려한 무대와 연기와 함께 펼쳐지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실제로 본 무대는 작은 느낌이었지만 전용극장답게 수많은 무대장치가 현란하게 등장했다. 배우들의 목소리는 CD와 다르게 아주 선명하게 내 귀에 날아와 꽂혔고,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은 눈을 즐겁게 했다. 한 가지 의외였던 것은 크리스틴 역을 흑인배우가 맡았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은 모두 백인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크리스틴은 여린 이미지였는데 이 배우는 외모나 목소리가 여린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연기나 노래는 아주 뛰어났다. 내가 사라 브라이트만 버전의 CD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평생 기억에 남을 멋진 경험이었고, 이런 뮤지컬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런던 사람들이 부러웠다.

His Majesty's theatre

 

해리포터 9 3/4 승강장(Harry Potter Platform 9 3/4)
지하철 King's cross역에 해리포터가 호그와트로 넘어가는 승강장을 본떠 만든 곳이다. 나는 지하철역 승강장에 만들어 놓은 줄 알고 열심히 지하철역 안에서 찾아봤는데, 직원에게 물어보니 표 내고 승강장 나가서 역 1층 한쪽 구석에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기념촬영을 하는 곳으로 3분의 2 정도가 벽에 박혀 있는 카트가 있고, 여기에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직원이 있다. 촬영 때 사용하도록 마법학교별 목도리도 있고 그 옆에 있는 직원은 사진을 찍을 때 목도리를 살짝 날려 주어서 달려가는 느낌을 살려 준다. 사진을 찍은 후에 옆에 있는 해리포터샵에 들어가면 직원이 찍은 사진을 골라서 원하는 경우 돈을 내고 인화해서 받을 수도 있다. 1장에 10파운드 정도였던 것 같다. 원하면 마법학교 수료증도 있었는데 사진을 사면 무료였던 것 같다.
문제는 이 사진을 찍으려면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한다. 촬영하는 곳에 어느 정도의 사람이 기다릴 수 있고 이 공간이 차면 역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리게 한다.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라고 한다면 기본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밖에서 기다리면 직원이 안쪽 대기줄이 줄어드는 만큼 인솔해 와서 채워 넣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다려서 사진만 찍으면 바로 기념품점에 들아가는 것이다. 기념품점도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서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는 해리포터에 별 관심이 없지만 아이가 관심이 있기 때문에 기다려서 사진 찍고 기념품점에 들어가서 사진 인화하고 기념품도 한 보따리 샀다. 제일 안쪽 구석에는 캐릭터별로 사용하는 마법지팡이도 판다. 해리포터 지팡이를 샀는데 33파운드 정도였던 것 같다.

Platform 9 3/4

 

트라팔가 광장
런던 하면 생각나는 광장인데 잠깐 들렀다가 갔다. 굉장히 넓고 멋있는 곳으로 영국의 이순신장군이라는 넬슨제독상이 있고 큰 분수와 사자상도 있다. 사람들도 많이 있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곳이다. 여기 앉아서 멍 때리면 좋았을 텐데 이건 좀 아쉽다.
주변에 미술관도 있어서 같이 봐도 좋다. 런던은 미술관에 무료입장이 많은데 나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Trafalgar Square

 

테이트 모던
전부터 가 보고 싶던 곳이었다. 세인트폴 성당 근처에서 밀레니엄교(도보전용다리)를 걸어 템즈강을 건너 가면 바로 앞에 있다. 예전에 화력발전소이어서 커다란 굴뚝이 있는데 건물 참 멋있다. 여기는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입장시간에 늦어서 들어가 보진 못 했다. 건물 주변 구경하고 1층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한참 쉬다가 나왔다. 카페도 좋고 주변도 사람들이 편하게 앉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데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 여기서 보는 세인트폴 성당도 참 멋지다. 세인트폴 성당 가까이에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가 어려운데 여기서는 건물 사이로 세인트폴 성당과 돔을 잘 볼 수 있다. 테이트 모던을 비롯해 세인트폴 성당, 옆에 있는 다리까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나왔던 곳이다. 이 영화 다시 봐야겠다.
여기의 카페와 주변에서 빈둥거리며 배회하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이번 여행에서 멋진 풍경이 있는 곳에서 멍 때리는 일이 많았는데 이런 시간들이 마음에 힐링도 되고 기억에 참 오래 남는 것 같다.
테이트 모던을 다 보고 밀레니엄교를 다시 건너다가 보니 아래에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유람선을 탄 사람들이 우리 쪽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파리에서도 그렇고 유람선을 탄 관광객들은 다리 위의 사람들에게 손을 많이 흔든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리위의 사람들도 손을 흔들어준다. 한국에서의 나는 이런 행동 잘 못 하는데, 여행 중인 나는 무슨 생각인지 두 팔을 크게 들어 손을 흔들어줬다. 그런데, 그때 옆에서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서 돌아보니 전날 투어 때 만난 가이드였다. 여행 잘하고 있냐고 물어보길래, 잘 놀고 내일 파리로 떠난다는 말을 하면서 지나갔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했던 자유로운 행동이었는데 그 순간 런던에서 나를 아는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창피하진 않았다. 여행하는 동안의 나는 한국에서의 나와 다른 사람이니까. 한국에서는 웬만하면 질문 안 하는 사람인데, 여행 중에는 식당이든 관광지든 막히기만 하면 직원 비슷한 사람한테 가서 대뜸 Excuse me로 시작해서 질문을 해댔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외국사람들과 눈 맞추고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영어학원 원어민수업이라도 들어야 할까 보다.

Tate Modern

 

유로스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놓인 해저터널 고속열차다. 나는 런던에서 파리로 가기 위해 이걸 예약했다. 킹스크로스역 바로 옆에 있는 세인트 판크라스역(St Pancras International)으로 갔다. 안정적인 걸 중시해서 넉넉하게 도착해서 역 안에서 식사도 하고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가는 기차니까 입국심사가 필요한데, 이 입국심사를 이 기차 타기 전에 한다. 여권과 탑승권을 체크하고 짐 보안검색도 한다. 짐검사는 비행기 탈 때보다는 훨씬 덜 엄격한데, 괜히 걸려서 시간 뺏기지 않으려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건 안 갖고 가는 게 좋다.
참, 이 역에서 탑승수속하기 전에 대기하는 공간에 가수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는데 노래도 잘 부르고 음색이 너무 좋았다. 권진아 목소리의 약간 까슬까슬한 버전이라고 할까? 돈을 낼 수 있을까 봤는데 그런 건 없고 뭔가 적혀 있는 판만 있었다. 여행에서 남는 좋은 기억 중에 이런 버스킹도 여럿 있다. 피렌체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들은 허스키한 목소리, 로마에서 젤라또 먹으러 가던 길에서 만난 성악하던 분, 그리고 세인트 판크라스역의 여자 가수가 추가되었다.
다른 분들 유로스타 여행이야기에는 탑승하러 너무 일찍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해서 늦게 들어갔는데 들어가 보니 시간만 있다면 일찍 들어가서 기다리는 게 낫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열차출발시간보다 90분 전부터 들어가기 시작하고, 출발 30분 전부터 기차에 탑승하는데 여기 대기실에 좌석이 부족하다. 어중간하게 출발 60분 전에 들어가면 30분 동안 서서 기다려야 한다.
유로스타에 탑승하니 주위에 온통 프랑스어만 들렸다. 영국은 그나마 조금 하는 영어가 통해서 편했는데,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나 걱정되기 시작했다.

St Pancras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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