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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2023.08] 파리 Part.1

by romainefabula 2023. 8. 13.

18년 만에 다시 찾은 파리. 그때는 아내와 둘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이와 둘이 방문했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예전 8월 중순에 방문했을 때는 베르사유에서 잠깐 비가 내리는 게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자주 꽤 많이 왔다. 하지만, 파리는 날씨가 맑으면 맑은 대로 좋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파리에서 비가 올 때 Lauv의 Paris in the Rain을 들으면 공기가 갑자기 달콤해진다.

목표
이번 파리 여행의 목표는 몽생미셸과 고흐마을이었다. 이미 패키지여행 한 번, 자유여행 한 번으로 시내는 한 번씩 봤기 때문에 아직까지 못 가본 곳이 목표였다. 물론 아이는 파리가 처음이니까 중요한 곳은 모두 돌아보았다.

입국
런던 편에서 본 것처럼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와서 파리 북역에서 내렸다. 런던에서 입국심사를 미리 했기 때문에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지하철 승차권을 사느라 한참 헤맸는데, 내 스타일에는 일회용 승차권이 맞았다. 짧은 존 한번에 2.1유로라서 꽤 비싸긴 하다. 승차권 판매기계에 EMV Contactless 마크가 있으면 애플페이로 결제하고, 이게 없으면 신용카드 꽂고 비밀번호 입력해서 결제했다.

애플페이
파리도 런던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식당과 상점에서 애플페이로 결제가 가능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일부 상점에서 신용카드 최소결제금액을 정해 놓고 그 아래 금액은 현금을 요구했다. 보통 15유로라고 보면 되겠다. 둘이 다니면 식당이든 상점이든 15유로 미만으로 결제할 일은 거의 없긴 하다. 그리고, 체인형 슈퍼마켓(모노프리, 카르푸시티 등)은 적은 금액도 신용카드가 되니까 그냥 결제하면 된다.
현금결제는 몽마르트에서 회전목마 탈 때와 동네 슈퍼마켓에서 물이나 간식 살 때, 노점에서 크레페 사 먹을 때, 마이리얼트립으로 신청한 일일투어 후에 입장료를 낼 때 정도였다. 현금 결제는 거스름돈으로 작은 동전이 생겨서 불편하다. 그래서 거스름돈 중 50센트 아래 동전은 그냥 주고 나왔다.
물론 파리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플페이가 아닌 EMV Contactless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대중교통
파리에서는 버스를 타지 않고 지하철만 이용했다. 런던 지하철로 예방주사를 맞아서인지 파리 지하철은 아주 양반이었다. 18년 전보다 훨씬 좋아지기도 했다.
사실 지하철을 하루에 3번 넘게 탄 적도 없다. 파리는 워낙 면적이 좁기도 하고 주요 관광지들이 모여 있어서 한 번 내리면 주위를 걸어서 이동하면서 본다. 이렇게 몇 시간 걸어서 이동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니까 대중교통 이용할 일이 많지 않았다.
파리 지하철에 구형과 신형 전차가 있는데, 신형 전차는 우리나라처럼 역에 도착하면 모든 문이 열리지만, 구형 전차는 안이든 밖이든 문에 달린 손잡이를 시계방향으로 180도 정도 돌려야 열린다.
지하철 승차권은 며칠동안 열심히 파리 대중교통을 이용할 거라면 파리 비짓 패스를 사는 게 좋고, 나처럼 차를 타고 이동하는 가이드투어가 중간에 있고 주로 걸어서 다닐 사람은 탈 때마다 지하철역의 무인판매기에서 예전 우리나라 1회용 종이승차권 같은 걸 사면 된다.
파리에선 Navigo라고 충전식 교통카드를 밀고 있는 것 같은데 사용해 보진 않았다. 일회용 승차권은 무인판매기의 화면에서 Navigo 패스를 갖고 있지 않다고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음에 이동하는 Zone(이동하는 Zone의 수에 따라 요금이 달라짐. 시내중심가라면 대개 1 zone)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승차권수를 선택하고 구매를 선택하고 결제한다. EMV Contactless 표시(런던편 참고)가 있다면 거기에 대고 결제하고, 이게 없으면(작은 역에는 없는 곳이 많다) 신용카드를 꽂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결제한다.
지하철을 탈 때에는 승차권을 정면에 넣으면 1미터 정도 앞에서 쏙 나온다. 그걸 빼 들고 앞의 문을 밀고 나가면 된다.
지하철역에서 나갈 때는 승차권을 넣지 않고, 그냥 나가는 문을 밀고 나가면 된다. 즉, 나갈 때는 승차권이 필요하지 않지만 가끔 불시에 검사해서 걸리면 아주 많은 벌금을 낼 수도 있고, RER과 Metro를 환승하는 역에서는 승차권을 넣고 통과하는 경우가 있으니 승차권은 꼭 챙겨서 다녀야 한다.

인터넷
로밍을 신청해서 전화와 데이터통신을 사용했는데 느렸지만 런던보다는 훨씬 빨랐다. 그래도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되게 느렸다. 런던에서 인터넷에 관해선 득도해서인지 편안하게 사용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는 조금 더 빨랐다. 느리지만 쓸 만한 정도였다. 여기도 호텔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횡단보도
런던과 비슷한데 횡단보도 앞에 누르는 것이 없이 그냥 기다려야 한다. 파리도 지나가는 차가 없으면 그냥 건너간다. 나는 여기서도 아주 차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초록불을 기다렸다가 건넜다.

물가
런던과 비슷하게 식사는 13~15유로부터 시작했고 금액의 숫자는 비슷하거나 조금 아래였다. 하지만, 15파운드와 15유로는 숫자는 같아 보이지만 환율 때문에 유로가 훨씬 싸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확실히 비싸게 느껴졌다.

호텔
런던보다 가격은 저렴한데 시설이나 직원들, 조식 등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에펠탑을 자주 보러 가기 위해 트로카데로 역 근처에서 찾았는데 이렇게 좋은 위치에 호텔도 만족스러웠다.

음식
런던의 음식은 20년 전에 방문했을 때보다는 이번에 훨씬 나아서 먹을 만했고 굳이 등급을 매기자면 so-so 정도였다. 하지만, 파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매번 모두 맛있었다. 호텔 조식도 맛있고, 식당 음식도 맛있었다.
감자튀김을 꼭 비교해야 한다. 런던이나 파리나 스테이크, 버거 같은 요리를 주문하면 항상 감자튀김이 잔뜩 나왔다. 이 감자튀김이 런던에서는 대부분 느끼했는데, 파리의 감자튀김은 다 맛있었다. 배불러도 억지로 먹을 정도로. 파리의 감자튀김은 기름을 다르게 썼는지 더 고소하고 약간 소금간도 되어 있어서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호텔 조식에 커피를 에스프레소로 먹었는데, 이탈리아 베네치아 호텔 조식으로 먹고 감동받았던 에스프레소 맛과 비슷했다. 놀라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해서 커피 머신 쪽을 보니 LAVAZZA 마크가 있었다. 내 입맛에는 그냥 LAVAZZA 원두를 사서 먹으면 되나 보다.
호텔 조식에서 먹는 크로와상도 따뜻하지 않은데도 맛있었다. 파리지앵 분위기 내려고 바게트도 한 덩이 가져다가 손으로 찢어서 한 조각씩 씹어 먹어 봤다. 딱딱하고 질기긴 한데 먹다 보니 구수한 누룽지 맛이 났다. 이것도 중독성이 있어서 매일 아침에 바게트 한 덩이를 씹어 먹게 되었다.

빨래방
여행 짐을 기내용 트렁크 하나에 모두 담기 위해 부피가 적은 여름옷이지만 개수를 줄여서 가져왔는데 런던에서 땀이 나서 매일 갈아입었더니 입을 옷이 없었다. 그래서, 파리 호텔 도착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빨래하는 것이었다.
외국인 사용자가 많아서인지 사용법은 영어로도 적혀 있었고, 세탁기에 옷과 세제를 넣고 물온도를 안내대로 맞추고 결제기계에 세탁기번호를 누르고 결제하면 끝이었다. 세제 자판기도 있었고, 세탁 후엔 옆에 있는 건조기에서 건조하면 되었다. 단, 건조기에 돌렸더니 줄어든 옷이 여러 개 있었다. 세탁 후에 건조기에 넣지 않고 호텔방에서 말린 옷은 괜찮았는데. 파리의 여름이 건조하기도 하고 호텔에 에어컨을 틀어 놓으니 밤새 깔끔하게 말랐다.
빨래가 50분 정도 걸리니까 얼른 도보 10분 이내 거리이고 에펠탑 뷰가 가장 좋다는 샤요궁으로 가서 에펠탑을 보고 왔다. 아이가 실제로 보고 놀라워했다. 아무리 사진이 잘 나오고 TV가 커도 330미터짜리 에펠탑은 실제로 보는 것과 비교불가다. 실제로 봐야 왜 사람들이 에펠탑, 에펠탑 하는지 알 수 있다.

에펠탑(Tour Eiffel)

나의 파리 베스트는 에펠탑이다. 이걸 아이에게 전염시키기 위해서 에펠탑 꼭대기에 올라가는 표를 예약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받는데 개인들은 금방 매진되어(특히 성수기) 예약하기가 아주 어렵다. 그래서, 마이리얼트립이나 KKDay 같은 앱에서 1,2,3층 입장권 패스트트랙 티켓을 판매한다. 나는 KKDay에서 두 달 전쯤에 예약했다.
이런 입장권은 여행업체에서 단체로 할당받은 입장권을 이런 앱에서 모집해서 정해진 시간에 단체로 들여보내 주는 방식이다. 예약을 하면 모이는 장소와 시간을 알려 주고, 여기에 가면 담당자가 인원 체크를 하고 간단한 설명을 한 후에 단체로 인솔해서 에펠탑 입장 라인에서 인솔자와 빠이빠이하고 여기서부터 각자 알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참고로 유럽은 지상이 0층이고 그 위에 1,2,3층으로 올라간다. 에펠탑 3층은 꼭대기이다. 2층까지는 걸어 올라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3층은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탄다. 300미터인데 걸어 올라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패스트트랙 입장권이지만 바로 입장은 아니고 30분 정도는 기다린 것 같다. 하지만, 2층까지만 가면 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거의 대기 없이 탄다. 아마도 3층 입장권을 많이 판매하지 않아서 올라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 것 같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사람이 북적대지 않아서 좋고, 뷰가 어마어마하다. 그 높은 곳에서 그 멋진 파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니. 30분 정도 파리를 실컷 보다가 내려왔다. 아침부터 계속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모자까지 썼지만 시야는 가려지지 않았고 감동도 줄어들지 않았다. 아이는 파리에 다시 오면 또 올라가겠다고 한다.

3층에서 올려 본 에펠탑 맨 끝

비르아켐 다리(Bir-Hakeim)

영화 인셉션에 나오는 다리이다. 모양이 워낙 독특해서 영화 볼 때에 궁금했었는데 에펠탑 근처에 있어 걸어서 건너 보았다. 영화에서는 다리 가운데에 있는 공간으로 걸어 다니는데 사실 여기는 자전거 전용도로였다. 영화에도 바닥에 자전거도로 표시가 보인다. 그래서, 자전거 다니는 공간 옆으로 조심해서 건너갔다.

몽마르뜨 언덕(Montmartre)

지하철 앙베르(Anvers) 역에서 내려서 올라간다. 
사크레 쾨르(Sacre-Coeur) 성당이 있고, 화가들이 있는 테르트르(Tertre) 광장이 있지만 여기에 간 가장 큰 이유는 회전목마를 타기 위해서다. 아이가 뉴진스 팬인데 뉴진스 혜인이 여기서 회전목마를 탔기 때문에 꼭 이걸 타야겠다고 해서다. 아이는 혜인이 탔던 바로 그 회전목마 자리에 앉고 나는 인증동영상을 찍어 줬다. 파리 숙제 끝~~
여행지에서 높은 곳만 보면 올라가길 좋아하는 나와 아이는 사크레 쾨르까지 쉬지 않고 걸어서 올라갔다. 성당을 둘러보고 테르트르 광장에서 초상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인지 아무도 없었다.
다음으로 바로 근처에 APC(아페쎄) 아웃렛 매장으로 향했다. 처음에 여자옷 매장에 잘못 들어갔다가 나와서 바로 옆의 남자옷 매장으로 들어갔다. 한국인 여자직원이 있어서 편하게 한국말로 쇼핑하고 50% 할인해서 100유로짜리 티셔츠를 샀다.

크레페(Crepe)
바토무슈를 타러 알마 마르소(Alma-Marceau)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중에 크레페 노점이 있어서 하나 사 먹었다. 토핑은 누텔라, 바나나. 크레페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그란 판에 반죽을 한 국자 떠서 올리고 이것을 나무 막대로 한번 휙 돌려서 얇고 평평하게 만드는 묘기를 보는 게 별미다. 바나나 토핑을 고르면 현란한 칼질로 바나나 자르는 모습도 멋지다.
아이가 완성된 크레페를 받아서 한입 베어 물더니 정말 맛있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아이는 웬만큼 맛있는 음식은 보통 혼자 다 먹고 끝내는데, 혼자 먹기 미안할 정도로 아주 맛있는 음식은 꼭 나에게 먹어 보라고 내민다. 크레페는 파리에서 나중에 2번 더 사 먹었는데 먹을 때마다 너무 맛있다고 꼭 나에게 먹어 보라고 내밀었다. 한국에 어디 크레페 맛집 없나? 크레페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를 것 같은데.

바토무슈(Bateaux Mouches)

파리 센강에는 여러 종류의 유람선이 있는데 그중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유람선이 바토무슈다. 그래서인지 여기는 선내 안내방송에 한국어도 나온다. 센강 주변의 관광지를 1시간 정도에 둘러보기 좋다. 유람선에서 보는 뷰도 멋지다.
마이리얼트립에서 탑승권을 구매하면 바코드가 생성되고 이걸 갖고 가서 찍은 후에 탑승하면 된다. 한 바퀴 돈 후에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니까 여기서부터 다음 일정을 이어가면 된다.
바토무슈에서 내려서 호텔에 가려고 알마 마르소역 쪽으로 가는데 어디서 보았던 장소가 있었다. 바로 여기가 다이애나비가 자동차사고로 사망했던 지하차도가 있는 곳이었다.

에펠탑 조명쇼

파리에 해가 지면 에펠탑 전체에 오렌지색 조명이 켜진다. 그러다가 매시 정각이 되면 5분 동안 전체가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쇼를 한다. 이 시간이 가까워지면 샤요궁 쪽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든다.
내가 갔을 때 해가 9시 30분이 넘어서 졌으니까 10시, 11시, 12시에 조명쇼를 했다. 저녁 먹고 쉬다가 이날 10시에 맞춰서 샤요궁에 가서 조명쇼를 보고 들어갔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후에도 3일 더 조명쇼를 봤다. 이것이 에펠탑 근처에 숙소를 잡은 덕분이다. 호텔에서 쉬거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9시 45분쯤 출발하면 조명쇼를 볼 수 있었다.

에트르타(Etrta), 옹플뢰르(Honfleur), 몽생미셸(Mont-Saint-Michel)
몽생미셸은 파리에서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고 여름에는 야간개장(더 멋지다)을 해서 이걸 보고 숙소로 돌아오려면 밤 12시가 넘어서 도착하기 때문에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마이리얼트립에서 투어를 예약했는데 대부분 이렇게 3곳을 차례로 보는 일정이었다.

- 에트르타

프랑스 북부 해안에 있는 거대한 해안절벽인데 코끼리 모양 바위가 여러 개 있어서 엄마 코끼리, 아기 코끼리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야 엄마 코끼리 바위를 볼 수 있는데, 높은 곳에 올라가기 좋아하는 우리는 후다닥 올라갔다.
여기서 어떤 외국 여자분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핸드폰을 받았는데, 당황스럽게도 점프샷을 찍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옆으로 뛰어가는 에어조던 비슷한 포즈로. 처음에 한장 찍었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나름 사진을 좀 찍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얘길 들으니 오기가 생겼다. 다음엔 뛰는 모습을 따라가면서 연사로 찍었는데 그 중에 한 장을 보더니 perfect를 외치면서 아주 만족스러워하면서 고맙다고 했다. 흠, 나의 실력 여기서도 인정받는군.
엄마 코끼리 바위를 보고 내려와서 잠봉뵈르 에멘탈(바게트 샌드위치)을 사서 해변가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그런데, 아이가 샌드위치를 먹다가 5cm 정도 남았을 때 갈매기가 갑자기 날아와서 이걸 채갔다. 너무 황당한데 평생 한번 경험해 보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고 하면서 다른 벤치로 이동해서 다음 출발시간까지 파도를 감상했다.

- 옹플뢰르

프랑스 북부의 오래된 항구도시로 아주 좋진 않고 에트르타에서 몽생미셸로 가는 중간에 있어서 잠깐 들르는 느낌이다. 몽생미셸 야간개장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때우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서도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한참 동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과 차를 구경하고 간식을 여러 가지 사 먹었다. 종류는 Crepe(크레페), Gaufre(와플), Beignet(베녜)
크레페는 설명할 필요도 없겠고, Gaufre는 쫀득한 식감의 와플이었는데 여기에도 누텔라, 바나나 토핑을 얹어 먹었다. 메뉴 중에 Beignet이 있어서 어린 여자직원에게 혹시 이게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나온 베이그넛이냐고 하니까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나중에 구글링해 보니 맞는 것 같다. 영화에서 너무 맛있다고 해서 궁금했었는데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식감은 수플레팬케이크보단 덜하지만 약간 푹신한 느낌에 약간 짠맛이 났다. 여기에 슈가파우더를 뿌려서 줬는데 이게 좀 부족했다. 슈가파우더를 많이 뿌렸으면 단짠으로 아주 맛있었을 것 같다.
그 맞은편의 카라멜 가게에도 갔다. 이쪽 노르망디 지방이 카라멜이 유명하다는데 여기서 2봉지(1봉지에 15유로)를 사서 나오면서 아이와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다. 입에 하나씩 넣고 맛을 보자마자 동시에 아이와 마주 보면서 '우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래서, 바로 다시 돌아가서 2봉지 더 사 갖고 나왔다. 카라멜인데 아주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 가게 주인 할머니가 설명하시는데 No chemical, Only natural이라고 하셨다.

- 몽생미셸

몽생미셸 야경
회랑

오래 전부터 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방문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투어 일행이 함께 식당에 가서 저녁식사를 한 후에 무료셔틀을 타고 몽생미셸로 향했다. 가는 동안 저 멀리 있던 몽생미셸이 점점 커졌고, 내 심장 박동은 점점 더 빨라졌다.
셔틀에서 내린 후에 걸어서 다리를 건너면 몽생미셸에 도착한다. 여기서 잠깐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매표소가 있고 돈을 내고 올라간다. 내부는 굉장히 어둡고 낡은 느낌이다. 보통 기대하는 깔끔하게 돌을 쌓아 올린 성당 내부와는 다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어두운 조명이 켜진 통로를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멋진 회랑이 나타난다. 여기는 은은한 조명이 켜져 있고, 차분한 첼로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이날 비가 계속 와서 빗소리까지 더해지니 더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여기서 40분 정도 앉아 멍 때리면서 마음을 힐링했다. 나 말고도 주위에 계속 앉아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다.
내려가서 몽생미셸에서 나간 후에 야경 기념촬영을 했다. 비가 흩뿌리면서 바람이 많이 불어 얼른 사진만 찍고 서둘러서 파리로 향했다. 다음에는 몽생미셸 앞에 숙소를 잡아서 1박 2일로 느긋하게 감상해야겠다. 회랑에서 2시간 정도 멍 때리고.
파리로 돌아가는 길은 비가 꽤 많이 왔는데 가이드님은 차선도 잘 안 보이는 고속도로를 시속 130km(프랑스 고속도로 제한속도)로 달리셨다. 그래도 호텔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넘어 있었다. 호텔 프런트에서 직원이 '어디 갔다 온 거야? 혹시 몽생미셸?'이라고 해서 그렇다고 했다. 이렇게 몽생미셸 갔다가 새벽에 오는 여행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개선문(Arc de triomphe)

검색해 보니 숙소에서 개선문까지 도보로 20분 정도 걸려서 그냥 걸어갔다. 런던도 그랬고 파리도 도로와 건물들이 예뻐서 걸어 다니기 좋다. 가면서 건물과 상점 안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즐겁게 걸어갔다.
개선문 주변의 지하보도를 통해 도착했고 뮤지엄패스를 이용해서 바로 입장했다. 아래에서 잠깐 둘러보다가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올라가니 주변에 샹젤리제거리를 비롯해서 라데팡스 등 주요 명소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람은 엄청나게 세게 불어서 사진 찍으려고 팔을 들면 몸과 팔이 흔들려서 구도 잡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멋진 뷰 덕분에 바람 따위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한참 동안 돌아가면서 주변 풍경을 즐기다가 내려왔다.

샹젤리제 거리(Avenue des Champs-Élysées)
개선문에서 지하보도를 통해 나가면 바로 앞이 샹젤리제 거리라서 주변을 구경하면서 걷기 시작했다. 여기는 걷는 사람들도 멋져 보이고 주변 상점들도 모두 멋졌다. 그렇게 걷다가 파리 생제르맹 기념품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앞 창문에 걸려 있는 유니폼에는 LEE KANG IN이 새겨져 있었다.
한국사람이 여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바로 입구로 들어가는데 저 안쪽에 있는 보안요원이 손짓을 하면서 저 옆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나가서 옆의 입구로 가니 진짜 기념품점이었다. 보안요원이 보니까 한국사람 같은데 당연히 거길 가려고 들어왔을 텐데 잘못 들어왔겠거니 해서 안내한 것 같다.
입구로 들어가서 걸려 있는 이강인 유니폼의 가격표를 보니 180유로였다. 놀라운 가격이지만 사이즈가 안 맞아서 다른 곳으로 갔는데 거기는 가격표가 125유로였다. 이것도 만만치 않지만 훨씬 싸게 느껴졌다. 만져 보니 재질이 완전히 달랐는데 180유로짜리는 선수용인 것 같고, 125유로짜리는 기념품용인 것 같았다.
나중에 이 유니폼을 아이가 입고 다녔는데 식당에서 남자직원이 보더니 유니폼 멋지다고 칭찬해 줬고, 호텔 프런트 직원도 유니폼에 팀마크가 붙어 있는 왼쪽 가슴을 두드리며 Nice를 외쳐 주었다. 파리 남자들이 있는 어느 곳이나 환영 받는 유니폼이다.

방돔광장(Place Vendôme)

샹젤리제 거리를 쭉 걸어서 방돔광장으로 가는 옆길로 빠져서 걸어가니 길 양쪽이 온통 명품거리였다. 내가 아는 모든 명품브랜드와 모르는 브랜드까지 모두 보였다. 중간에 총 들고 있는 군인들도 보였는데 아마 옆이 대통령궁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중에 에르메스 매장 앞에 롤스로이스 SUV와 아주 비싼 차가 서 있었고 덩치가 크고 까만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서 있었는데, 그때 매장에서 위아래로 고급스러운 정장을 쫙 빼 입은 여자 몇 명이 나오자 남자들이 바로 옆에서 호위했다. 매장에서 직원들 몇 명이 따라 나와서 배웅도 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엄청난 부호가 쇼핑을 나온 모양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방돔광장은 내가 본 광장 중에 손에 꼽힐만큼 멋있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광장 가운데 높은 탑이 있고 사방을 고급스럽게 생긴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거기에 구름이 뭉게뭉게 낀 파란 하늘까지 더해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달팽이 요리(Escargot)

오페라 극장 가는 길에 식당에 들렀다. 프랑스에서 또 하나의 숙제를 완수하기 위해 구글맵에서 식당메뉴판까지 확인했다. 메인메뉴는 스테이크와 버거를 선택하고 스타터로 달팽이 요리를 주문했다. 나는 20년 전에 먹어 봐서 다시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걸 알지만 아이는 이런 종류의 물컹거리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걱정을 했다. 달팽이가 나오고 하나를 빼서 아이 접시에 올려놓으며 하나만 먹어 보고 싫으면 더 안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하나를 먹어 보더니 하나 더 먹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6개 중에 2개를 아이가 먹었다. 달팽이 요리가 향이 강한 마늘, 버터, 파슬리가루가 들어가서 달팽이의 식감(골뱅이와 비슷)만 남고 나머지 향은 모두 향신료뿐이라서 그런 듯하다. 아이가 마늘과 버터향을 원래 좋아해서.
달팽이를 모두 빼 먹고 나면 접시 아래에 소스가 고여 있는데 빵을 찍어 먹는다. 우리도 작은 바구니에 자른 바게트가 나왔는데, 이 소스를 찍어서 빵을 모두 먹어버렸다. 이 정도면 달팽이 요리는 숙제가 아니라 별미였던 것 같다.

 

파리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Part.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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