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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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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inefabula 2016. 12. 14.

회의가 끝나자 복도로 나간 김비서관은 청기와룸싸롱 김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비서관님."
"오늘 저녁에 유니하고 소라 준비시켜 놔."
"유니하고 소라요? 그런 애는 없는데요."
"뭐, 없다고?"
"이번주에 해리라고 죽여주는 애가 왔는데 해리는 어떼세요?"
"너 아까 뉴페이스 보라고 문자 보냈었잖아."
"아까요? 오늘 그런 문자 보낸 적 없는데요."
"에이 씨."

김비서관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고 IT담당자를 불렀다.

"영준아, 너 여기서 청기와룸싸롱이라는 앱 좀 분석해 봐. 이게 뭐 하는 건가."
"예, 알겠습니다."
"다른 건 건들지 말고 그것만 봐라. 쓸데없는 호기심이 니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는 거 알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휴대폰을 들고 간 후 20분이 지나자 초조해진 김비서관은 김영준의 사무실로 갔다.

"아무것도 안 나왔어?"
"이거 음성녹음파일을 읽어서 업로드하는데요."
"뭐라고? 다 빼 간 거야?"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어디로 보낸 거야?"
"지금 그 서버에 접속하려고 하는데 보안이 철저해서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거 하라고 너를 데려다 놓은 거잖아. 빨리 찾아서 지워야 돼."
"네. 거의 다 되어 갑니다. 아, 들어갔습니다. 여기 있네요. 이 파일들 맞습니까?"
"그래, 얼른 지워."
"네. 다 지웠습니다."
"복구 못 하게 깨끗하게 지우고, 도대체 어떤 새끼가 이런 짓을 했나 추적해 봐."
"예, 알겠습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몇 시간이 지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앤더슨은 서버에 들어가 업로드된 파일이 있나 확인해 보았다. 기분 좋게도 파일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갯수를 세어 보니 72개였다. 얼른 모든 파일의 다운로드를 시작하고 끝나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지켜보고 있는데 에러나 나면서 다운로드가 중지되었다. 무슨 일인가 해서 파일을 다시 조회해 보니 파일이 모두 사라지고 하나도 없었다. 깜짝 놀라 다시 조회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실수로 파일 삭제 명령을 실행한 건 아닐까? 다운로드 명령을 실행하고 지켜 보고만 있었기 때문에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보안이 취약한 남의 서버를 몰래 사용하는 중인데 원래 주인이 들어 온 것인가? 하지만, 다른 폴더를 살펴 봐도 어떻게 딱 이 폴더만 지운 것인가? 그렇다면 해킹했던 스마트폰의 주인이 추적한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블랙라이더가 위험하다고 하더니 진짜 이 사람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다운로드한 파일들을 zip 파일로 압축해서 블랙라이더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메일을 보냈다고 문자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만약의 경우 이 컴퓨터까지 추적당할 수 있으니 SSD를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깨끗하게 지운 뒤 OS만 새로 설치해 두었다.
컴퓨터를 끄고 씻은 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몇 번 일을 쉽게 처리하면서 스스로가 안전에 대해 너무 무감각해진 건 아닌가라는 회의가 들었다. 정신적인 충격 탓인지 몸에 한기가 들어 이불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 몸에 열이 나고 온몸이 쑤시는 게 아무래도 감기몸살에 걸린 듯했다. 그래도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씻은 후에 옷을 입고 맥북을 넣은 백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출근을 하긴 했는데 몸상태가 일을 하기엔 아무래도 무리였다. 몸을 잔뜩 움츠린 채 퀭한 눈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영 안 돼 보였는지 김과장이 조퇴하고 먼저 들어가라고 했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회사를 벗어나자 기분탓인지는 몰라도 몸이 아침보단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집이 가까워 오자 자주 다니는 약국에 들러 약을 사서 가방에 넣으며 집으로 가는데 자신의 집 앞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3명이 문을 따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뭔가 단단히 일이 꼬였다는 것이 느껴졌다. 얼른 고개를 숙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자세로 자연스럽게 주차장으로 향했다. 스마트키나 버튼으로 문을 열면 소리가 날까 봐 키를 뽑아 문에 꽂고 조심스럽게 돌려 문을 열었다. 아주 조용히 문을 닫고 옆좌석에 가방을 내려 놓고 안전벨트를 맨 후에 시동을 걸자 양복 입은 남자 한 명이 뛰어 나왔고 그가 소리치자 나머지 두 명도 달려 나왔다. 앤더슨은 힘껏 가속페달을 밟아 골목길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룸미러로 뒤를 보자 양복 입은 남자들이 탄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승용차도 빠른 속도로 뒤를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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