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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이야기

MSG는 유해한가?

by romainefabula 2018. 11. 3.

우리나라에서 MSG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것이 아마도 MBC의 불만제로에서 짜장면에 사용되는 MSG에 관한 내용이 방송되고부터인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그때에는 짜장면 등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몸에 별다른 느낌이 없어서 크게 신경을 쓰고 살진 않았다. 그후 몇 년 후에 우연하게 MSG가 많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설렁탕을 먹고 몇 시간동안 이러다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하는 고통을 느낀 후에 지금까지 강하거나 약하게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동안 MSG를 다량 섭취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몸의 이상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MSG를 덜 섭취할지, 보다 근본적으로 왜 MSG를 섭취했을 때 몸에 이상이 오는지 끊임없는 고민을 해왔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MSG가 왜 몸을 불편하게 만드는지 이유를 유추해 냈다. 물론 내 생각이 틀릴 수는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저런 정보를 조합한 것이고, 유추에 사용한 정보 중에 하나라도 잘못 된 정보가 있다면 결과에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가설에 사용하는 정보는 최대한 믿을 만한 정보만을 사용했다.

최근 몇주동안 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시작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오늘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황교익씨가 하신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황교익씨가 제 생각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하셨는데, 마지막 한 부분인 결론에 오류가 있는 것 같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 보겠다.


MSG란 무엇인가?

MSG는 MonoSodium Glutamate의 약자로 보통 L-글루타민산나트륨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맛 중에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등의 맛 외에 다시마 등의 국물에 감칠맛(일본어로 우마미)을 내는 글루탐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지노모도라는 회사에서 이 맛을 내는 물질을 만들어낸 것이 MSG이다. 미국에서 MSG를 다량 사용하는 중국음식점의 음식을 먹은 사람의 몸에 이상이 생겨서 중국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CRS)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글루탐산은 MSG와 동일한 물질인가?

몇 년 전부터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MSG가 자연에서 나온 물질과 동일하다는 얘기가 언론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자연에서 나온 글루탐산과 동일한 물질이면 그냥 글루탐산이라고 하지, 왜 L-글루타민산나트륨이라고 하나? 아래 링크를 클릭해 보면 MSG에는 나트륨이 하나 더 붙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다른 물질이라는 것이다. 이 나트륨이 내 가설의 핵심이다.

https://namu.wiki/w/MSG


MSG에 소량 포함된 나트륨이 왜 문제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트륨 섭취량이 많아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면서 소금을 줄여서 싱겁게 먹자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소금의 구성성분 중 40%가 나트륨이다. 즉, 소금 10g에 4g의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다. 반면, MSG의 구성성분 중 13%가 나트륨이다. 물론 순수 글루탐산에는 나트륨이 없다. 아래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인데, 오늘 라디오에서 황교익씨도 했던 이야기이다.

설탕, 소금은 음식에 넣을 때 한계가 있다. 설탕,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너무 달거나 짜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MSG는 맛이 이상해져서 먹을 수 없게 되는 한계점이 없다. 그래서, 국자로 푹 퍼서 넣는 음식점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소금과 MSG에 포함된 나트륨 함량을 조합하면 나트륨의 위험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국에 3g의 소금을 넣으면 간이 적당하다고 가정하자. 여기에 감칠맛을 높이려고 MSG를 5g 정도 넣으면 아마 맛이 좋아질 것이다. 그런데, 10g 또는 20g의 MSG를 넣는다면 너무 감칠맛이 강해서 못 먹을까? 답은 '먹을 수 있다'이다. 아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다. 불만제로에서 실험할 때 보통 짜장면 한 그릇에 10g(밥숟가락으루 수북하게 하나 분량) 정도의 MSG가 들어갔고, 최대 20g이 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여기서 3g의 소금에는 40% 즉 1.2g의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고, 여기에 추가한 10g의 MSG에는 13% 즉 1.3g의 나트륨이 포함되었다. 나트륨 섭취량이 2배가 된 것이다. MSG를 20g 넣으면 3배. 나트륨 섭취량 줄이기가 아니라, 나트륨 섭취량 늘리기가 되어 버렸다.


소금 첨가량의 일부를 MSG로 대체하는 나트륨 섭취량 줄이기 실험의 문제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소금 첨가량 중 일부를 MSG로 대체하는 실험결과가 가끔 나온다. 실험결과를 보면 소금 3g 대신, 소금 2g + MSG 1g을 사용하면 맛도 좋고 나트륨 섭취량이 줄어 든다는 식의 내용이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서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맞는 말이다. 같은 양이라면 MSG의 나트륨 함량이 소금의 나트륨 함량의 3분의 1도 안 되니까. 하지만, 맛을 위해(?) MSG를 무지막지하게 넣는 곳에는 맞지 않는 내용이다.


글루탐산은 안전한가?

내가 이쪽의 과학자도 아니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도 없으니 알 수 없다. 하지만, MSG가 많이 든 음식을 먹을 때와 달리 다시마, 표고버섯, 대파, 양파 등을 많이 넣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도 내 몸에 이상을 느낀 적은 없다. 일단은 안전한 것으로 해 둬야겠다.


나트륨 과다섭취 = 중국음식점 증후군 ?

위에서 쓴 글을 읽다 보면, MSG를 과다섭취하면 나트륨도 과다섭취하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럼, 중국음식점 증후군은 MSG에 포함된 나트륨을 과다섭취해서 발생하는 것인가? 나트륨 과다섭취 증상과 중국음식점 증후군의 증상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음식점 증후군

두통, 메스꺼움, 가슴통증, 저림, 안면 홍조, 졸음, 무력감, 식은땀, 안면 근육 경직, 입 주위 무감각, 심장 박동 빨라짐

나트륨 과다섭취 증상

부종, 갈증, 구역, 두통, 복통, 설사, 혈압상승, 위암, 신장결석, 골다공증

여기서 중국음식점 증후군이 증상은 식사 후 짧은 시간에 나타나는 증상이고, 나트륨 과다섭취 증상은 일시적인 증상과 지속적인 과다섭취 시 생기는 질병이 섞여 있다. 나트륨 과다섭취 시 즉시 나타나는 증상은 갈증, 구역, 두통, 혈압상승 정도가 될 것이다. 아마 대부분은 탈수와 혈압상승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음식점 증후군의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은 폐고혈압 증상인데, 나트륨으로 인한 폐의 혈압상승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https://ko.wikipedia.org/wiki/%ED%8F%90%EA%B3%A0%ED%98%88%EC%95%95)

이렇게 비교해 보면 중국음식점 증후군과 나트륨 과다섭취 증상은 참 닮아 있다. 참고로 내가 느꼈던 CRS 의심 증상은 두통, 혈압상승(식사 1시간반 후에 160 정도), 졸음(거의 참기 불가능한), 메스꺼움, 복통, 손끝저림, 짜증, 식은땀 정도다. 중국음식점 증후군과 나트륨 과다섭취 증상을 넘나 들었는데 이 중 몇 가지가 조합되어 나타난다.


결론

이 정도면 MSG의 과도한(!) 섭취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소금의 첨가량을 줄이기 위한 약간의 MSG 첨가는 나트륨 섭취를 줄여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 글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반론을 댓글에 써 주시면 조금 더 생각하고 찾아서 수정할 것이다.


현실적인 아이디어

나트륨을 줄이면서도 감칠맛을 포기할 수 없다면 맛소금을 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맛소금의 90%는 염화나트륨이고 약 10%는 MSG이다. 맛소금에는 짠맛과 감칠맛이 함께 존재하지만, 짠맛 때문에 과도한 양을 첨가할 수 없다. 적당한 염도에 대해 MSG가 9분의 1 양까지만 들어가기 때문에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맛소금 대신 정제염만을 사용한다. 정제염은 천일염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버전으로 쓴맛과 먼지, 미세플라스틱들이 제거되고 원래 천일염의 미네랄은 그대로 남아 있어 감칠맛을 대신할 만큼 풍부한 맛을 내게 해 준다.


되도록 영향력 있으신 분들이 이 글을 보시고, MSG 첨가량에 제한 정도는 두도록 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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