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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이야기

미역국

by romainefabula 2017. 9. 30.

누구나 알아 두면 언젠가 유용하게 써 먹을 날이 오는 음식을 첫번째 요리로 선택했어요. 유부남이라면 와이프 생일에 갓 지은 밥에 잘 끓인 미역국 하나만으로도 1년이 편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유부녀라면 남편이나 아이의 생일에 맛있게 끓여 줄 수 있고, 혼자 사는데 생일파티를 해 줄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 끓여 먹으며 다음 1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죠. 학생이라면 부모님 생일에 효도할 수도 있겠고, 어린이라면... 음, 불은 위험해요. 좀 더 커서 해 보세요.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처음으로 제대로 간을 보면서 만든 음식이라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음식입니다. 그래서, 첫번째 요리로 정했어요.

재료
미역 반줌, 황태, 들기름 1/2ts, 다진마늘 1ts, 국간장 2Ts, 소금

재료설명
- 미역 : 요즘 대부분 잘게 잘라서 말린 미역을 많이 팔아요. 이걸 사세요.
- 황태 : 이건 취향대로 넣으세요. 황태를 넣고 싶으시면 가위나 칼로 잘게 잘라서 물에 10분 정도 불려 주세요. 소고기를 넣고 싶으시면 잘게 자른 국거리용을 사면 되고, 50~100g 정도면 충분해요. 혹시 참치나 연어 좋아하시면 기름 꽉 짜내서 넣으셔도 맛있어요. 개인적으로 참치나 연어 미역국을 좋아해요. 이런 재료 없이 미역으로만 끓여도 맛있어요.
- 들기름 : 처음에 미역과 황태(소고기)를 볶을 때 사용해요.
- 다진마늘 : 마트에 파는 거 사세요.
- 국간장 : 한식 국물요리에 빠질 수 없는 재료죠. 조선간장이라고도 하는데, 양조간장/진간장/맛간장은 국간장이 아니에요. 앞으로 제가 올리는 요리를 따라 하신다면 국간장 사 두시는 게 좋아요. 저는 대부분 요리할 때 진간장 대신 국간장 넣어요. 레시피에 나온 진간장 양의 반만큼만 넣으면 적당해요.
- 소금 : 미역국은 국간장만으로 간을 맞추면 국물이 까매져서 보기에 안 좋아요. 그래서, 국간장은 기본 간과 감칠맛을 담당하고, 소금으로 나머지 간을 해요.

요리과정
이제 요리를 시작해 볼까요?
먼저 미역 반줌을 국그릇 같은 곳에 물을 충분히 넣고 불려 주세요. 생각보다 미역이 물을 먹으면 엄청나게 불어나니까 양이 너무 적은 거 아닐까 할 정도로 조금만 넣어 주세요. 저는 매번 너무 많이 해서 2박3일씩 먹곤 해요.
미역이 불어서 펼쳐지면 두 손으로 살짝 들어올려 빌듯이 비벼 주세요. 미역 겉의 미끈한 것을 제거한다는데 불순물 제거도 되겠죠.
다 비빈 후에 새로운 물과 헹궈준 다음에 물기 빠지게 꼭 짜서 국을 끓일 냄비에 넣어 주세요. 미역이 너무 길어서 먹기 불편할 것 같으면 가위로 적당히 잘라서 넣어 주세요. 황태도 물에 10분 정도 불려 놨다면 5cm 크기로 잘라서 같이 넣어 주세요.
여기에 들기름 1/2ts(작은술)을 넣고 불을 켜 주세요. 들기름 너무 많이 넣으면 나중에 미역국 위에 기름 둥둥 떠서 느끼해지니까 살짝만 넣어 주시고, 불 세기는 약불이에요. 센불이나 중불로 하면 타요.
숟가락으로 살살 저어 주면서 3분 정도 볶다 보면 미역 색깔이 예쁜 초록색으로 변할 거예요. 이때 물을 500cc 정도 부어 주세요. 그리고, 불을 강으로 올려서 팔팔 끓이기 시작해요. 여기에 국간장 2Ts(큰술)과 다진마늘 1ts를 넣어 주세요.
물을 500cc만 넣는 이유는 짧은 시간에 최대한 국물을 뽑아내기 위해서예요. 대강 15분 정도 끓이면 미역이 까맣게 변하고 국물은 뽀얗게 변할 거예요. 여기서부터 더 끓일지 그만 끓일지는 끓이는 사람 마음입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끓일수록 맛이 깊어지긴 하는데 너무 흐물한 미역을 싫어하시는 분은 더 끓일 필요 없구요.
어쨌든 취향에 따라 끓이시다가 물을 500cc 더 부어 줘요. 국물 양을 늘리고 싶으시면 물을 더 부으셔도 되구요. 황태나 소고기를 넣지 않고 연어나 참치를 넣으실 분은 이때 넣어 주세요.
이 상태에서 국물이 팔팔 끓을 때까지 끓여 주세요. 여기서부터 화룡점정인 소금으로 간 맞추기가 시작돼요.
일단 1/4ts 정도만 소금을 넣고 맛을 보세요. 국물 맛을 보고 희미하게라도 짠맛이 나면 좋고, 아니면 약간 짠맛이 날 때까지 소금을 조금씩 넣으면서 계속 맛을 보세요.
여기서 알아 두셔야 할 것이, 똑같은 양의 소금을 넣어도 국을 끓일수록 점점 짜진다는 거예요. 소금은 그대로인데 물이 증발해서 짠맛이 강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소금을 넣은 후에 조금 더 끓이실 거라면 약간 싱겁게 간을 맞춰 놔야 끓으면서 적당한 간이 되는 거죠. 간이 맞았다고 생각되면 불을 꺼 주세요.
이렇게 해서 미역국이 완성되었어요. 국자로 퍼서 국그릇에 담아서 먹으면 되겠죠. 대충 냄비채로 드시지 마세요. 어디에 담아 먹느냐에 따라 맛도 달라지고, 나를 소중히 여겨야 남들도 나를 소중히 여겨 주는 거예요.

​​요리 포인트
1. 들기름은 살짝만 넣고 볶아 주세요.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해져요.
2. 미역은 조금만 넣어서 불려 주세요. 물에 불리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부피가 늘어나요.
3. 처음엔 물을 반만 넣고 끓여 주세요. 그래야 짧은 시간에 뽀얀 국물이 우러나요.
4. 마늘이 향이 풍부해서 맛을 올려 줘요. 향을 싫어하시는 분은 일찍 넣어서 오래 끓이면 괜찮을 거예요.
5. 국간장 = 감칠맛 폭탄. 제가 왜 국간장을 강조하는지 맛을 보면 알게 되실 거예요. 양조간장은 국간장이 아니에요.
6. 간을 잘 맞추는 방법은 맛있어질 때까지 맛을 보면서 소금을 넣는 거예요. 어떤 재료나 제조사마다 맛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맛을 보면서 양을 조절하는 수 밖에 없어요.
7. 성급해지지 마세요. 미역국은 초록색이던 미역이 까만색이 될 때까지 끓여 줘야 뽀얀 국물이 우러나기 시작하면서 맛있어져요.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다 끓지도 않았는데 맛을 보고 맛이 안 난다고 조미료 넣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요리에 소질이 없다고 포기하는 건데요. 처음부터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없어요. 진득하게 기다리면서 끓여 보다가 너무 끓여 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가장 맛있는 시점을 알아가는 거예요. 너무 끓여서 짜면 물을 넣고 조금만 더 끓여 주면 돼요.
8. 음식을 만들 때는 어떤 맛을 내겠다는 목표를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좋아요. 미역국은 거의 음식점에서 파는 메뉴가 아니라서 대개는 엄마가 끓여 주시던 그 미역국을 그려야 되겠죠. 음식을 만들면서 맛을 보다가 엄마가 끓여 주시던 그 맛이 나면 성공인 것이고, 엄마의 미역국보다 더 맛있으면 대성공이거나 엄마 음식 솜씨가 나보다 못 하신 거겠죠. 그래도 엄마보다 더 맛있는 미역국을 끓였다고 엄마에게 자랑하진 마세요. 이후로 엄마 음식을 얻어 먹기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쿨한 엄마라면 그래 너 잘났다고 등짝 스매싱 한 번으로 넘어가 주실 수도 있지만.

여러분도 저처럼 미역국으로 요리에 눈을 뜨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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