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책에서 읽은 것, 현지가이드에게 들은 것, 다니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본다.
소매치기
역시 '이탈리아 여행'하면 유적 외에 떠오르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탈리아 여행후기를 보면 종종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사람이 꼭 있고, 내 주위 사람 중에도 당한 사람이 있다. 복잡한 여행지를 가면 항상 가이드가 주의를 준다. 이탈리아는 CCTV도 보기 힘들고 심지어 경찰도 소매치기 검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결국 알아서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이탈리아 소매치기는 정교한 기술이 없다고 한다. 그냥 옆이나 뒤에 붙어 가방의 지퍼를 열거나 지퍼가 없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물건을 꺼내 간다. 그러니까 호텔 밖에서 거의 꺼낼 일이 없고 중요한 물건은 역시 복대에 넣는다. 지갑이나 여권, 현금 등 그날의 여행 중에 꺼낼 중요한 물건들은 앞 가슴쪽에 있는 점퍼나 자켓의 지퍼 달린 안주머니에 보관하거나, 크로스백이나 힙색 등에 보관하고 이 가방은 앞의 배쪽으로 돌려서 휴대하고 그 위에 손을 올려 놓고 다닌다. 중요한 것은 소매치기가 보기에 털기 어려워 보이면 아예 접근하지도 않을 것이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가끔 사람 없는 차의 유리를 깨고 싹 긁어 가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단 차에서 내릴 땐 중요한 물건은 모두 들고 내려야 한다.
각종 사기
그림 깔아 놓기
사람이 잘 다니는 길목에 그림 여러 장을 깔아 놓았다가, 누가 모르고 그걸 밟으면 물어내라고 쫓아 온다. 100유로씩 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찰을 부르면 된다고 하는데, 바닥도 잘 보고 다니다가 그림이 깔려 있으면 멀찍이 돌아서 가는 게 제일 속편하다.
팔찌
보통 흑인들이 많이 하는데, 한쪽 손에 끈을 땋아 매듭지은 팔찌를 한움큼씩 들고 다닌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등 질문을 하면서 접근해서 악수 등을 하다가 팔에 재빨리 팔찌를 채운다. 근데 이게 잘 안 풀린다. 그리고, 팔찌값으로 꽤 많은 돈을 요구한다. 손에 팔찌 든 사람이 'Where are you from' 등의 말을 걸면 영어를 모르는 척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피해 가면 된다.
서명
작은 간이책상에 종이 올려 놓고 서명하라고 한다. 근데 이게 기부나 이런 거라 서명하고 나면 돈을 내야 한다. 거기다가 이 서명이 거의 법적 효력까지 있어서 빼박이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서명은 언제나 내용을 확실히 알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커피
당연히 이탈리아에서 커피 하면 에스프레소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를 그렇게 돌아다녔는데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숍은 없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순수한 에스프레소에 불순한 물을 섞어 마시는 걸 이해하지 못 한다. 그러니까, 물 섞은 커피는 미국 애들이나 먹는 커피라고 아메리카노라고 하는 모양이다.
물론, 에스프레소는 무지하게 쓰다. 현지에 사는 분 얘기로는 대부분 에스프레소에 조그만 설탕 한 봉지를 타서 마신다고 한다.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이라 마지막날에 호텔 조식을 먹으면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타서 마셨는데 커피의 진한 향도 느낄 수 있고 마지막에 깔려 있던 설탕이 에스프레소와 나오면서 흑당 같은 맛도 나는 것이 꽤 괜찮았다. 무엇보다 설탕을 타니 별로 쓰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도 이탈리아도 추억할 겸 그렇게 한 번 먹었는데 그때 그 맛까진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
화장실
공중화장실은 아주 드물고 대부분 지저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자화장실은 대부분 덮개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은 Bar(이탈리아에선 커피숖이 대개 이 이름을 쓴다)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시켜 마시고 Bar의 화장실을 이용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서너번 커피(에스프레소)를 마시니까 화장실 가는 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근데 이렇게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중독되겠네.
생필품 구입
생수나 기타 생필품이 필요하면 CONAD나 COOP에 가면 된다. 어딜 가든 이 둘 중에 하나는 가까이에 있다. 대부분 저렴하고 웬만한 물건은 있다.
식당
자릿세
어느 식당을 가든 자리에 앉아서 먹으면 대부분 자릿세를 내야 한다. 1인당 1~3.5유로까지 내 봤다. 자릿세 내기 싫으면 간단한 건 얼른 서서 먹고 나가면 된다.
물
식당에서 식사할 때 와인을 안 먹으면 물이라도 주문해 주는 게 좋다고 한다. 물은 그냥 물과 탄산수가 있다. 그냥 물은 보통 Natural Mineral Water이고, 탄산수는 Sparkling Water이다. 마트에서 물 살 땐 이탈리아어로 그냥 물은 Naturale(나뚜랄레), 탄산수는 Frizzante(프리잔떼)를 산다. 그 외에도 물 주문할 때 'Gas or No Gas'라고 묻기도 하고, 'Still or Sparkling'으로 묻기도 한다. 그냥 물은 'No Gas'이나 'Still'이고, 탄산수는 'Gas'나 'Sparkling'이다.
음식점 선택
음식 종류에 따라 끝에 RIA가 붙으면 전문점이라고 한다. 피자 전문점은 Pizzeria, 젤라또 전문점은 Gelateria 같은 식이다. 그럼, 롯데 전문점은 Lotteria?. 이런 곳 말고 Ristorante는 비싼 곳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레스토랑이 좀 비싼 음식점인 것과 비슷하다고 봐야 하나.
내 기준으로 음식점을 고르는 방법은 어느 나라를 가든 구글맵의 평점이다. 평점이 4.0 이상이고 리뷰 내용이 좋은 곳을 고르면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외국인과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이 다를 수 있으니까(의외로 외국인들이 짜게 먹는 것 같다) 되도록 한국사람이 좋다고 평가한 곳은 성공확률이 높다.
지나다니다 보면 음식점 앞 작은 빵에 이것저것 올려 놓은 음식들을 진열해 놓은 곳이 많다. 이탈리아에서는 치케티, 스페인식으로는 타파스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런 것도 사 먹어 보는 걸 추천한다. 겁내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해 보자. 이탈리아 음식은 대부분 맛있다. 맛 없으면 남기고 나와서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가면 되지.
개인적으로 외국에 가서 한식당만 찾아 다니는 사람은 이해를 잘 못 한다. 한국에서 질리게 먹은 한식을 왜 외국 나가서까지 먹는 건지. 진짜 이탈리아 음식을 본토인 이탈리아에서 먹어 보지 않으면 어디서 먹어 보겠는가? 이탈리아 공기와 함께 이탈리아 음식을 입안 가득 넣고 씹는 이 경험을 하기 위해 비싼 항공료를 내는 것 아니겠는가. 완전 한국 입맛이라서 못 먹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경험을 못 하는 게 안타깝다.
주문
음식이든 와인이든 항상 메뉴판을 보고 가격을 보고 주문한다. 기분 낸다고, 혹은 메뉴판에서 고르지 않고 그냥 와인 한 병을 주문하면 엄청 비싼 걸 갖다 줄 수 있다.(실제로 그런 경우가 꽤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 나갈 때 계산하면서 한끼 식사값으로 몇십만원을 낼 수도 있다. 어딜 가든 항상 정신줄 꽉 붙들고 깨어 있어야 한다.
가이드 얘기로는 음식 주문할 때 술이나 물을 주문해야 종업원에게 수입이 생긴다고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술을 못 마시니까 거의 매번 물을 주문했다.
팁
원래 유럽도 팁 문화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이 여행 와서 팁을 줘서 종업원들이 팁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 사람이나 팁을 줄 확률이 높은 술 주문 고객에게 친절하다고 한다. 음식맛이 보통이나 별로면 팁을 주지 말고, 음식이 감동적으로 맛있거나 종업원이 아주 친절하면 2~3유로 정도 주면 될 것 같다.
나는 괜찮은 음식을 먹으면 되도록 팁을 줬다. 한국 손님도 팁을 준다는 인식을 심어서 다음에 한국 손님이 왔을 때 친절하게 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피자
대체적으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짜게 먹는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먹은 피자도 꽤 짰다. 살짝 정도는 넘어서 꽤 짰다. 피자도 마찬가지로 한국사람들의 평가가 좋은 곳을 가는 것이 좋다. 종류는 웬만하면 마르게리따 피자가 좋다. 로마에서 먹은 피자는 도우도 맛있지만 치즈가 엄청나게 맛있어서 나의 인생피자로 등극해 버렸다. 피렌체 중앙시장 2층에서 먹은 화덕구이 마르게리따 피자도 꽤 맛있었다. 도우와 상큼한 맛의 토마토소스, 모짜렐라치즈, 바질잎 정도인데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지 놀라웠다.
주의할 것은 나폴리피자는 주문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폴리가 피자로 유명한 동네이긴 한데, 나폴리피자는 멸치(엔초비) 몇 마리가 올라간 비린내 나는 피자라고 한다. 비린내 좋아하는 사람은 누가 먹어 보고 알려 주시길.
파스타
미트소스가 들어간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제일 무난한 선택이다. 주의할 것은 까르보나라가 우리나라에서 먹는 크림소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혹시나 해서 적어 본다. 정통 이탈리아식 까르보나라는 크림소스가 아니고 익히지 않은 계란 노른자에 비벼 먹는 거라고 한다. 먹어 보진 않았다.
무인 티켓 발권기
지하철 승차권이나 기차 승차권 등을 무인 티켓 발권기에서 구매하려고 할 때 그 옆에 서 있던 사람(주로 여자)이 다가와서 친절하게 도와 주는 경우가 있다. 이 사람들 대부분 수고비를 요구한다고 한다. 그냥 괜찮다고 하고 직접 하면 된다.
택시
주의해야 할 것을 써야 하는데, 피렌체에서 2번 택시를 타 본 느낌은 아주 좋았다. 우리나라 택시를 생각하고 뒤통수를 맞지 않을까, 불친절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탔다. 하지만, 미터기에 나온 정확한 금액만 받고 친절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