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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떠난 사람, 남겨진 사람

프롤로그

by romainefabula 2021. 7. 7.

1년 8개월 전에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4년 반 동안의 힘겨운 투병생활을 뒤로하고.

아내와 만났을 때부터 암의 발견, 투병생활, 임종,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생각나는 대로 해 보려고 한다. 1년 넘게 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었지만 쉽게 시작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힘든 기억을 다시 꺼냈다가 나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요즘 점점 기억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걸 느끼면서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사실 첫 줄을 쓴 후에 다시 읽고 나니까, 가슴이 아파 오면서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살아났다. 트라우마 치료 방법이 같은 상황을 자꾸 반복해서 경험시켜서 무뎌지게 하는 거라고 하던데, 나도 기억을 다시 마주하다 보면 마음이 단단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이 글을 공개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사고 혹은 질병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주고 싶어서다. 아내가 떠난 후에 인터넷 기사나 TV 프로그램에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찾아보고 위안을 받는다. 가끔 나와 아주 유사한 상황의 사람을 볼 때는 눈물도 흘린다.
두 번째, 사람들이 암을 무서워했으면 한다. 내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엔 암에 걸린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아내에게 암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 질병이 나와는 거리가 먼 질병인 줄 알았다. TV에 암이 완치된 사람도 많이 나오니까. 하지만, 완치된 사람이 나오는 건 대부분 죽기 때문에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혹은 기적적인 사례를 공개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TV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암으로 죽는 흔한 사례보단 기적적으로 완치된 사례가 필요하니까.
세 번째, 암 치료과정에 대해 약간의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서다. 자세한 치료과정과 용어들이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혹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암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그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번 글은 소설이 아니고 실화다. 내가 직접 겪은 실화. 젠장 이번 생은 망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앞이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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