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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떠난 사람, 남겨진 사람

전염병

by romainefabula 2022. 2. 5.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퍼져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아내가 완치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면 적당한 시기에 사람들과 인사하고 잘 떠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내가 4개월만 늦게 떠났다면 장례도 제대로 못 하고 아는 사람들 뿐 아니라 가족과도 제대로 인사를 못 하고 떠났을 것이다.

항암치료가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세포들까지 꽤 많이 죽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약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라도 이런 상태에서 몸에 들어가면 빠르게 퍼져서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음식도 날 것은 못 먹고 익힌 음식만 먹어야 한다. 환절기에 잘 걸리는 감기나 독감도 위험하기 때문에 밖에 나갈 때는 꼭 마스크를 다니곤 했다. 아내는 밖에서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서 감염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족들도 다른 곳에서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매년 독감백신도 거의 접종했다.

아내가 투병 중에 메르스가 퍼진 적이 있다. 집에서 가만히만 있으면 괜찮을 텐데, 아내는 1~2주에 한 번씩 병원에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야 해서 갈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내내 긴장된 상태로 치료를 받고 와야 했다. 치료를 받는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면 더 신경이 곤두섰다. 나도 직장에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그 당시에 마스크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라서 지하철 안에서는 긴장한 상태로 숨도 되도록 조금씩 쉬려고 노력했고, 그래도 위험을 느껴서 자가용을 타고 꽉 막힌 길을 1시간 반 정도 운전하면서 출퇴근을 해야 했다. 메르스가 한참 유행하던 시간 내내 가족은 평소보다 훨씬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내가 살아서 함암치료를 계속 받고 있었다면 코로나19 기간 내내 감염되지 않으려고 본인과 가족들이 엄청나게 애를 썼을 테고, 아마 모두 피가 말라갔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내를 원망하거나 귀찮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아내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훨씬 좋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얘기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해당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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